집합건물법상 주민관리위원회는 임의규정에 불과
입주 초기 규약 등 동의 전 꼼꼼히 살펴야
[앵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단지 오피스텔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규정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주민과 입주민 대표인 관리인이 심하게 충돌한 곳이 있습니다. 관리인은 입주민의 전기를 끊고, 차량 출입을 막았고 주민들은 촛불집회까지 열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7일, 경기도 위례신도시의 한 오피스텔 단지입니다.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노연정/주민 : (다른 가구에서) 아이 관련된 협박을 받다 보니까, 참기 어렵고 살기 무섭고…]
[이선열/주민 : 개인을 위한 주거단지로 점점 사유화되는…]
지난 5월 말엔 이른바 '껌남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한 주민이 엘리베이터에 껌을 붙였는데, 관리실이 이 주민의 차량 출입을 막은 것입니다.
당시 차가 막혀 있었던 입구입니다. 보통 입주민의 차는 자동으로 이 차단기가 열리면서 드나들 수 있게 되어있는데 사건 당시에는 열리지 않았죠. 그 이유는 관리실에서 등록돼 있던 차 번호를 사전에 삭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관리실 관계자 : 야, 내가 (껌) 뗐으니까 얘기하는 거야, 이 XX야. (뭐 이 XXX아?) 이 XX가 죽으려고 XX을 하는구나? (뭐? 죽여봐! 죽여봐!)]
[해당 사건 주민 : (에어컨 관련) 민원을 왜 자꾸 넣냐고 하면서, 주민이 그러면 관리실에 민원을 넣지 어디다가 넣어야 하느냐고, 답답…어이가 없잖아요.]
전기가 끊겨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오피스텔 상가동의 한 점포는 현재 3개월째 인테리어 공사가 중단돼 있습니다. 관리실에서 의도적으로 당시 전기를 끊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당시 2층 가게에서 내건 광고 현수막이 1층까지 내려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기를 끊으라는 지시가 담긴 메시지도 공개됐습니다.
항의했지만 도리어 입주민 동의를 구해오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김희정/상가점포 소유자 : 이미 상호나 사업자를 다 낸 상태였고요, 저희는. 동의서를 받아야만 공사를 시작하게 해준다는 요구를 해서 이 상태에선 공사 계획을 진행 못 한 상황이에요.]
반면 관리인은 이 점포가 허가 없이 공사를 진행해 전기를 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생활을 훔쳐본다는 논란도 일었습니다.
[정지윤/전 관리실 직원 : 개인정보는 다 뽑을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입주민 카드를 써야 돼요. 거기 주민등록번호라든지, 차량 등록증도 제출하고 등본도 제출하기 때문에…]
관리인이 본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주민을 CCTV로 감시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문자 메시지는 그런 정황을 의심하게 합니다.
[엘리베이터 민원 주민 : 제가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게 OOOO호 머리숱 적은 주모자…참내 희한한 일이네요.]
[감시 피해 주민 : CCTV에 제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보니까… 그다음부터는 잠이 안 오더라고요.]
주민과 관리인의 충돌은 허술한 규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는 달리 관리위원회를 만드는 게 의무가 아닙니다.
관리위원회가 없다보니 관리인을 견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
입주 초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덜컥 사인을 했다가 불거진 측면도 있습니다.
[최솔구/주민 : '이게 단지 관리규약에 대한 동의서예요, 관리인을 이 사람으로 선임하는 동의서예요'라는 고지가 전혀 없었고요. 규약을 사전에 공지하거나, 받지 못한 상태에서 동의했는데…]
현재 관리인은 주민대표와 관리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매달 400~5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도록 스스로 정했습니다.
공사 계약 같은 이권 사업도 관리인이 결정합니다.
이에 대해 이 단지의 관리인은 관리위원회 설치는 주민들이 하면 되는 것이며, 자신은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자치관리에 애써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주민들 중 일부 세력이 규합해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이런 아파트 관리규약이 100페이지에 달하는데 비해서 이런 오피스텔의 관리규약은 40-50페이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트나 다름없이 대규모 주거단지로서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이 활용되는 이상 관련 법에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정원석,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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