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주지 향적스님 "영혼 천도는 물론 공동체 의식회복에 유용"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불교에서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식인 천도재(遷度齋)가 현대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불교 역사상 천도재가 정형화된 현대 음악 형태로 되살아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경남 합천 해인사는 천도재 음악 악보집 '왕생가'(조계종출판사)를 발간했다고 13일 밝혔다.
음표와 가사 등 현대 음악으로 바뀌어 악보에 오른 왕생가는 모두 11곡이다.
천도 법회를 열게 된 인연을 부처님과 염라전에 고하는 '수설대회소'로 시작해 돌아가신 분을 초청하는 '고혼청', 영혼을 불러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히는 의식인 '관욕과 착의'도 악보에 담겼다.
비밀스러운 주문을 뜻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 영혼에 공양하는 '잔칫상', 천도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인 '장엄염불', 재가 끝나 위패를 불사르며 영가를 극락세계로 보내는 봉송의 노래도 포함됐다.
덕이 높은 스님이 열반했을 때 지내는 천도재 의식인 '종사영반'는 의식의 장엄함이 느껴지도록 합창이 주를 이루는 배경음악으로 만들었다.
불교의 천도재가 거대한 이야기 흐름을 가진 만큼 현대 음악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웅장함과 서사성이 가미됐다.
고전적인 오케스트라 음악과 독창, 합창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악기와 목탁, 요령, 경쇠 등 법구 소리가 접목됐다. 전자 음악적 요소도 넣어 퓨전 클래식 음색이 느껴지도록 했다.
작사에는 승려 시인인 도정·동명·의정스님과 김형미 시인이 참여했다. 작곡에는 클래식을 전공하고 실용음악의 흐름을 잘 알며 우리나라 전통악기 음색에도 익숙한 동민호, 최인영, 김강곤 작곡가가 함께했다.
작사에 참여한 세 승려는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기와 흐름, 분위기를 잡아 작곡, 연주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천도재가 현대 음악으로 재탄생하기까지는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의 공이 컸다.
보통 사찰에서 천도재를 지낼 경우 가족과 친척이 함께 하지만 시간이 길고 내용이 어렵다 보니 대개 지루해하다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고민 끝에 향적스님은 천도재 의식을 현대 음악화해서 모두가 함께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왕생가 악보로 현실화했다.
향적스님은 악보집에 실린 출판사와의 대담에서 "천도재는 개별 영가들의 천도를 위해서 유용하며 현대인들이 점점 메말라가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데에도 크게 유용하다"면서 "전통적인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천도재가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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