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환 속도 떨어져
취업계수 하락·고학력 노동자 증가·생산설비 세계화 영향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실업자에서 취업자로, 취업자에서 실업자로 전환하는 속도가 떨어졌다. 산업구조 변화, 노동자 교육 수준 향상, 기업의 해외 투자 증가 등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노동 이동이 둔화되면서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노동이동 분석:고용상태 전환율을 중심으로'(오삼일ㆍ강달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실업자 100명 중 다음달 취직에 성공한 인원수 비율을 보여주는 '취직률'은 2000~2009년엔 28.9%였지만, 2010~2018년에는 25.6%로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취업자 100명 중 다음달 직장을 잃게 된 사람 수 비율인 '실직률'도 같은 기간 1.0%에서 0.8%로 줄었다. 실직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추가하락 없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취직률과 실직률이 줄자 이 둘을 더해 노동이동 수준을 보여주는 노동회전율 역시 29.2%에서 26.4%로 감소했다.
보고서는 노동이동이 감소한 이유로 취업계수ㆍ취업유발계수 하락, 고학력 노동자 증가, 생산설비의 세계화를 꼽았다. 산업이 고도화되며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자 취업계수(산출액 10억원 생산에 소요되는 취업자수)는 2010년 6.8명에서 2015년 6.2명으로 하락했다. 취업유발계수(최종수요 10억원이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도 같은 기간 13.8명에서 11.8명으로 덩달아 줄었다.
고학력 노동자는 채용비용과 노동자가 고용을 통해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 수준인 유보임금이 높아 일반적으로 저학력 노동자에 비해 취직률이 낮다. 이로 인해 고학력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 취직률을 하락시켰다. 실제로 임시ㆍ일용직은 고학력자들이 몰린 상용직보다 높은 고용상태 전환율을 보이고 있다. 임시ㆍ일용직 취직률(2000~2018년중)은 14.6%인 반면, 상용직은 7.5%에 그쳤다.
최근 10년간 대기업 생산기지가 동남아시아 국가로 대거 진출하며 고용조정이 해외에서 일어난 것도 노동 이동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됐다.
문제는 노동 이동이 둔화되면서 노동 생산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은 "보통 기업이 망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경우 생산성 낮은 사람들이 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 이들이 재교육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 옮겨야 한다"며 "그래야 자원들이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면서 생산성 높아지는데, 그게 막혀있으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