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범두 천도교 교령 기자간담회…"최씨, 통일 앞잡이 됐으면" 내심 기대도
'동학 160주년' 첫 대학원대학교 설립·창도지 '경주 성역화' 작업
천도교 송범두 교령(오른쪽)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천도교 최고지도자인 송범두 교령은 9일 "(월북한 최인국 씨는) 교단에서 큰 직책을 맡지도 않았고, 열심히 교회 활동을 하지 않은 교인이었지만 대한민국의 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교령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설명하며 "(최인국씨) 아버지가(家)나 그의 처가를 살펴보면 (북한에) 갈 수 있는 바탕이 다른 어떤 사람보다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으로 영주 입북한 최인국 씨는 천도교 교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에서 외무장관과 서독 주재 대사로 활동했던 최덕신 씨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갈등을 겪다 부인인 류미영 씨와 미국에 이민한 뒤 1986년 월북했다.
최덕신·류미영 부부는 임시정부 주요 인사였던 독립운동가 최동오, 류동열의 아들·딸로도 유명하다.
최덕신 씨는 월북 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을 지낸 뒤 1989년 사망했다. 아내 류미영 씨도 1993년 남편에 이어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 등을 지냈고, 2016년 숨졌다.
송 교령은 "제가 잘못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조건들이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겠느냐 정도지 북한으로 간 것을 유추해서 얘기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송 교령은 2년 전 전 최인국 씨가 모친인 류미영 씨 사망으로 북한에 다녀온 뒤 만난 일을 떠올렸다.
천도교 송범두 교령 |
송 교령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70년 이상 살았는데 지금 분위기가 통일로 갈 수 있는 절호의 분위기가 아니냐. 북한에서 청우당을 기점으로 통일 관련해 종교가 앞장서서 해보면 어떠냐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에서) 청우당이 제대로 앞장선다고 하면 통일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북쪽에 가서 산다고 해서 갔으면 거기에서라도 통일의 앞잡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긴 하다"고 조심스레 기대감을 내비쳤다.
천도교 측에서는 영주 입북한 최인국 씨가 세상을 떠난 부모의 대를 이어 청우당 중앙위원장으로 활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놨다.
간담회에 동석한 천도교 종학대학원 원장인 임형진 경희대 교수는 "최인국 선생은 천도교 산하기관인 동학민족통일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으며 누구보다 북쪽과 많이 접촉했다"면서 "우리 추측에는 (청우당) 위원장을 맡을 것이다. (북한이) 위원장 자리를 주려고 한 게 아닌가 하다"고 추측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대를 이어서 자리를 맡는 데 청우당 위원장 자리가 최씨 집안 자리이다. (중앙위원장이었던) 류미영 씨가 사망한 이후로 위원장 자리는 공석으로 뒀다"며 자신의 추측 근거를 제시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북한 내 천도교 교인은 1만5천명가량이다. 북에서는 가장 큰 종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우당은 조선노동당에 이은 제2 정당으로 당원은 1만2천명 정도다. 지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청우당 출신 대의원이 23명이었다.
제125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 |
천도교는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첫 주최로 '제125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을 올렸다.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올해 2월 동학농민혁명 기념일(5월 11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송 교령은 정부의 행사 준비에 여러 아쉬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을 보인 국민과 방송 관계자 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천도교는 올해가 동학을 창도한 지 16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3·1운동 관련 기념행사는 물론 종단 내부적으로 여러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3·1운동과 관련해 북한 측에 공동 현장 답사, 자료집 발간, 학술 대회 개최 등을 제안했고, 천도교 핵심 사상인 '인내천' 사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활동에도 활발하게 나설 계획이다. 천도교 첫 대학원대학교 설립, 과거 동학운동이 일어난 경주지역의 성역화 작업도 준비한다.
아울러 3·1운동 때 민족 대표들이 모여 독립선언을 한 서울 종로구 옛 태화관 터에는 오는 광복절에 다른 종단과 공동으로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다.
다만, 송 교령은 최근 기념비 건립에 함께하는 개신교와 갈등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개신교 측에서 대표 4명이 찾아와 사과의 뜻을 밝혔다"며 예정대로 기념비 건립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개신교 측에서는 3·1운동 때 천도교가 빌려준 독립운동 자금 5천원을 오늘날 환율로 계산해 갚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천도교 내부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어려운 상황에서 개신교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해준 것이지 빌려준 것은 아니라며 개신교가 일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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