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병원보다 높은 건물 없어…외벽에 탄흔 많아"
다른 증인 "헬기서 '드르륵' '드르륵'…광주천 물 튀어"
재판장, 헬기사격 피해 보상 유무 광주시에 묻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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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9층 병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놀라 뛰쳐나왔다. 총알이 날아들어 왔다고 해 가보니 병실 창문이 깨져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목격한 시민들이 법정에서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되살렸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은 8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39년 전 5월 광주 상공에서의 헬기사격에 관한 세번 째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으로 나선 조모(여·현재 서울 거주) 씨는 "당시 전남대병원 9층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끝나갈 무렵인 5월27일로 기억한다. 병실로 총탄이 날아들어 왔다고 해 가서 보니 병실 창문이 깨져 있었다. 환자 보호자가 (병실에서) 놀라 뛰쳐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에서 총을 쐈다면 총알이 9층 병실로 들어 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남대병원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증언했다.
또 "중령 한 명이 병원으로 들어와 물을 달라고 해 건넸다. 중령은 '총알이 몇 층에 몇 개가 들어왔다'는 등의 내용을 다른 군인들로부터 보고받았다. 군인들이 아수라장이 될 정도로 병동을 수색하고 다녔다. 시민군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조 씨는 "병원 건물 외벽에 탄흔이 빼곡했다. 1983년까지 근무했는데 그때까지 이 자국들을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두번 째 증인 배모 씨는 "1980년 고등학생이었다. 당시 5월21일은 석가탄신일이었는데 내 생일이기도 했다. 오후 2시에서 2시30분 사이 동구 불로동과 남구 양림동 사이 천변에서 헬기를 목격했다.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들렸다. 광주천의 물이 튀었다"고 증언했다.
또 "헬기 속 헬멧을 쓴 군인과 거치된 총을 봤다. 헬기 측면이 열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나라의 장군을 거쳐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전두환 씨)이 자기가 한 일을 안 했다고 해 이 자리에까지 서게 됐다"며 증인으로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다른 증인 이모 씨는 "1980년 민주화운동 당시 목사 신분이었다. 5월27일 새벽 4층 높이의 교회 종탑에서 도청과 전일빌딩 인근 상공의 헬기 1대를 목격했다. '뚜두두' 하는 사격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10일과 5월13일 열린 재판에서도 각각 6명과 5명의 시민이 증인으로 출석, 39년 전 그날의 기억을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는 3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재판장은 향후 절차와 관련해 변호인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
1980년 5월 헬기사격 피해로 보상 결정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사실조회 형식을 빌어 광주시에 묻기로 한 것이다.
또 39년 전 광주로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 등을 법정으로 불러 신문하자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적절한 범위 내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 14명의 검찰 측 증인신문만 이뤄진 만큼 형평성을 고려, 변호인 측에도 검찰의 주장을 반박 또는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검사는 "불필요한 공방으로 재판을 지연시켜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전 씨는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다음 재판은 8월1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다음 달 재판에도 4∼5명의 시민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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