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소닉케어 본사 탐방
소닉케어 알렉산드로(치의학) 박사가 최초의 음파 칫솔을 들고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원사진은 브러싱 로봇으로 칫솔모를 테스트하는 장면. [사진 필립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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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으로 잘 알려진 미국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30여 분 차를 타고 달리면 보셀이란 소도시에 도착한다. 세계 최초의 음파 칫솔 브랜드 ‘필립스 소닉케어’가 태어난 곳이다. 1992년 출시된 이 음파 칫솔은 지난 27년간 공학자와 치과 전문가의 끊임없는 검증 과정을 거쳐 단순한 칫솔을 넘어선 첨단 헬스케어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구강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균일한 품질과 인체공학적 디자인은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 칫솔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달 25일 찾은 필립스 소닉케어 본사의 품질 실험실. 칫솔을 쥔 로봇이 인공 풀(gum)이 묻은 치아 모형을 칫솔질한다. 약 2분간의 칫솔질이 끝나자 치간과 치아의 구석구석까지 얼마나 잘 닦였는지 분석한 그래프가 모니터에 보인다. 이 과정을 시연한 성능개발팀 엔지니어 이반 뎅글러는 “브러싱 로봇은 잇몸 건강이나 미백 등 각각의 목적에 최적화한 칫솔모와 양치 방법을 개발하는 데 활용된다”며 “칫솔모의 소재·형태·압력을 변경해 가며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친다”고 말했다. 품질 실험실의 또 다른 공간에서는 충격·침수·충전 테스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칫솔의 내구성과 품질을 검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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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헬스케어 브랜드 비결은 R&D
사진 필립스 |
소닉케어 본사 임상팀은 실험실에서 엔지니어가 설계한 디자인이 실제로 사용자에게 효과적인지를 임상 연구로 밝혀낸다. 임상팀의 선임 연구과학자 미셸 스타크(구강 미생물학 박사)는 “잇몸 관리 칫솔모는 부드러운 재질로 잇몸선에 더 밀착해야 좀 더 편한 느낌을 제공하고 미백 칫솔모는 가운데에 촘촘한 모가 솟아 있어야 치아 평면의 얼룩을 더 잘 제거한다”며 “칫솔모의 미세한 차이가 임상에서는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소닉케어 음파 칫솔은 분당 3만1000회 진동하는 음파가 미세 공기 방울을 만들어 잇몸·치아의 손상을 줄이고 칫솔질이 잘 닿지 않는 곳의 플라그를 제거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성능개발팀 이성수 엔지니어는 “세정·미백, 잇몸 관리 등 칫솔모의 목적에 따라 음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며 “골든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삼각형 안에서 진동 횟수와 움직임의 범위·속도, 소리가 미세하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각 칫솔모를 교체하면 본체는 칫솔모의 칩을 인식해 해당 기능에 최적화한 칫솔질 모드로 변환된다.
또 다른 첨단 기술은 커넥티드·센서 기술이다. 개인마다 다른 잘못된 칫솔질 습관을 바로잡는 게 목적이다. 예를 들어 압력이 불필요하게 세지면 칫솔에 탑재된 센서가 감지해 불빛을 반짝이며 경고를 보낸다. 위치 센서는 구강을 12개 구간으로 구분해 사용자가 치아의 어느 부위를 평소에 놓치는지를 블루투스로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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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구결과 5건 국제학술지 발표
소닉케어는 스마트 음파 칫솔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매년 평균 다섯 건의 연구결과를 치과 임상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임상 연구가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전반적인 과정을 물어봤다. 스타크 박사는 “미국·독일·영국 등에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공신력 있는 국제학회지에 발표해 왔다”며 “절차적으로 검증받은 연구에서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간 발표된 임상 연구결과의 공통점은 ‘음파 칫솔이 플라그 제거와 잇몸 출혈 감소 등에 효과적이며 구강을 건강하게 오래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 중 하나는 ‘음파·일반 칫솔이 잇몸 건강과 플라그 제거에 미치는 영향 비교’(임상치과저널, 2019)이다. 일반 칫솔을 쓰는 지원자(18~65세) 188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은 소닉케어의 잇몸 케어 칫솔모를 각각 ‘잇몸 케어 모드’와 ‘일반 세정 모드’로 사용하도록 했다. 다른 한 그룹은 일반 칫솔을 사용했다. 이들에게 하루
2회 규칙적으로 양치질하도록 한 뒤 치은염 정도와 잇몸 출혈 개선, 플라그 제거 효과를 관찰했다. 2주 후에는 그룹별로 차이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6주 후에는 ‘잇몸 케어 모드’ 그룹에서 치은염 지수 폭이 처음보다 평균 60% 나아져 일반 세정 모드(56%)와 일반 칫솔(24%) 그룹보다 컸다. 잇몸 출혈 개선과 플라그 제거 효과에서도 결과가 비슷했다. 스타크 박사는 “우리는 전 세계 250여 곳의 대학·연구소와 치과 의사들에게 임상 설계·결과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며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고 말했다.
시애틀=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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