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적발되겠어요?”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정부의 ‘반려동물 등록 자진신고 기간’에 반려견을 구청에 등록하지 않을 계획이다. 반려견을 구청에 따로 등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개가 이제 14살이라 산책도 힘들어하는데 설마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물겠냐”며 “지금까지 잘 키워서 유기될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개 2마리를 기르는 직장인 박모(55)씨도 “굳이 구청에 등록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시큰둥했다. 박씨는 “강아지 피부에 내장하는 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의무인 것은 몰랐고 동물병원에 다니는 게 번거로울 거 같아 그동안 등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 과태로 최대 100만원이지만 반려견 33%만이 ‘동물등록’…집중 단속 예고
동물유기를 막기 위한 ‘반려동물등록제’는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돼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동물에게 주민등록과 같은 ‘식별번호’를 부여해 유기됐을 때 주인을 쉽게 찾아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그동안 전체 반려견 중 33%만이 등록돼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견주들은 △등록필요성을 못 느껴서(37.2%) △동물등록제를 몰라서(31.3%) △동물등록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서(21.5%) 등의 이유로 동물등록을 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동물등록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8월31일까지 3개월 이상 된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자진신고 기간에는 과태료를 물지 않지만 이후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미등록 반려견이 적발되면 1차 과태료 20만원, 2차 30만원, 3차 60만원 등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동물을 잃어버리거나 소유자가 바뀌었을 때, 변경신고를 안했을 때도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 된다.
◆ 기초지자체 동물복지 전담인력 0.6명…“제대로 단속될까?”
농식품부는 자진신고 기간 이후인 오는 9월부터 미등록 동물에 대한 자치구별 ‘집중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지자체 사이에선 동물 전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단속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초지자체 당 동물복지 전담인력이 평균 0.6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미등록동물에 대한 상시적인 현장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고가 들어올 때 현장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나가보는 식으로 단속한다”고 했다.
실제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동물미등록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건수는 고작 190건이었다. 그마저 모두 ‘경고’ 처분에 그쳐 과태료를 물지 않았다.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춰보면 이 정도 처분은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동물전담 인력이 부족해 지역별 동물단체와 협력해 단속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일단 오는 9월부터 공원이나 반려견이 자주 오가는 장소들을 대상으로 현장단속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개 목걸이에 달린 ‘외장형’ 인식표로 유기 줄일 수 있을까?
동물등록은 개의 체내에 칩을 심는 ‘내장형’과 개 목걸이에 ‘외장형’ 칩을 달거나 인식표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동물단체 사이에서는 견주가 ‘외장형’을 선택하게 되면 사실상 동물 유기가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 유기를 마음 먹은 개주인의 경우 외장형은 간단하게 칩이나 인식표를 떼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우리나라 유기동물은 의도적으로 사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장형 인식표의 경우 떼어버리면 그만이고 밖에서 배회하다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내장형 칩으로 의무화하자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체내 삽입에 따른 동물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며 “수의학계에서는 내장형 칩이 개의 건강에 위협이 없다고 보는데 실효성 측면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유기 동물사례를 보면 주인이 외출 나갔을 때 문틈으로 나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외장형의 경우 집안에서 착용할 의무가 없어 유기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개는 되고 고양이는 안되는 ‘동물등록’
동물등록제가 반려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고양이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만 등록제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반려목적이 아닌 경비견, 수렵견 등도 등록대상이 아니다.
동물단체 ‘미우켓’ 김미자 회장은 “반려동물 정책이 개에 주로 치우쳐 있는 면이 있다”며 “반려묘를 대상으로 한 인식 칩 지원 등 유기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유기도 증가하고 있다”며 “문틈으로 나온 고양이가 다시 집을 못 찾는 경우도 있고 고양이는 어딘가로 숨어버리는 습성이 있어 주인이 찾기 더 힘든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목적 이외의 동물도 등록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고양이에 대한 동물등록 시범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등록방식·기준 월령 등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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