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에서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한 결과 이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모욕 혐의로 A(31)씨와 B(25)씨 등 20∼30대 한국인 남성 4명을 형사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씨 등은 이날 0시 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를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들은 A씨 일행 중 1명이 일본어를 구사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일본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A씨 일행 및 이들을 제지한 시민이 모두 현장을 벗어난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사건 발생 15시간여 만인 오후 2시55분 A씨와 B씨를 검거했다. 또 이들 일행인 다른 남성 2명에게도 연락을 취해 경찰서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신고자들의 추정과 달리 A씨 등 4명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등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소녀상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술기운에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며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제지하는 시민에게 일본어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침을 뱉은 대상이 사람이 아닌 조형물에 해당하지만,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별도의 관리 주체에 의해 유지·보수되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가 소녀상 관리 주체, 나아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자행한 일본 극우 인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과 동일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8월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시민 참여로 건립됐다.
안산=송동근 기자 sd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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