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사건 발생시 일본어를 하는 등의 이유로 일본인이라는 추정이 돌기도 했으나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모욕 혐의로 A씨(31)와 B씨(25) 등 20~30대 한국인 남성 4명을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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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등은 지난 6일 0시8분쯤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이를 제지하자 이들은 일본어 등을 사용하며 시비를 벌이기도 했다.
A씨 등이 조롱한 평화의 소녀상은 크라우드 펀딩 등 시민 참여로 2016년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상록수역 남측 광장에 세워진 것이다. 이를 목격한 시민 2명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 등은 이미 현장을 떠난 상태였다. 목격자들은 "이들이 일본어를 사용했다. 일본인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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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인 줄…한국인들이 "술김에 장난"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 검거한 A씨 등의 실체는 한국인이었다. 안산지역 등에 거주하는 20~30대로 무직이나 일용직 근로자라고 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이들은 이날 술을 마신 뒤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술을 마시고 장난삼아 우발적으로 그랬다. 죄송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선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제지하는 사람에게 일본어를 사용했다. 별 뜻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일행 중 3명을 조사한 상태고, 다른 1명에게도 경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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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물에 했어도 모욕죄 적용 가능
현재 경찰은 이들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입건한 상태다. 모욕죄는 언어나 행동 등으로 모욕을 했을 경우 적용되는데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 1년 이하나 금고,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주로 사람을 모욕했을 경우 적용된다.
경찰은 A씨 등이 침을 뱉은 대상이 사람이 아닌 조형물이지만 모욕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것이고 별도의 관리 주체가 있는 만큼 이들의 행위가 위안부 할머니 등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2년 9월 일본 극우 단체가 일본 이시카와 현 가나자와 시에 있는 윤봉길 의사 순국비 옆에 세운 나무말뚝.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땅'이라고 적혀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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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2년 6월과 9월엔 일본 극우 인사들이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과 일본에 있는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에 '다케시마(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말뚝을 묶어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예훼손의 경우 구체적인 사실(극우 인사들의 경우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허위 사실 등을 포함한 말뚝)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이런 구체적 사실 없이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한 것이라 모욕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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