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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이해찬 ‘손가락 X’ 부른 강창일 소신 발언 “정부 명분 집착해 징용 보상 해결 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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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왼쪽 사진) 이해찬 대표가 강 의원을 향해 검지 손가락으로 'X'(엑스)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여당 내 대표적인 일본통인 강창일 의원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한·일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4선의 강 의원은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국내에서 일본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자청해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은 간교하고 치졸하다”며 ”정치 논리를 경제 문제로 확산시켰다”고 원색 비난했다.

강 의원은 이날 반도체 관련 소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조치와 관련, 동료 의원에게 배경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우리의 경제 규모가 일본보다 작아 더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일본 경제계에도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신문들을 체크해 보고 있는데 보수 성향인 요미우리 신문까지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일본 경제계에서도 엄청나게 들고 일어서고 있다”며 ”너무 비상식적이어서 아베 정권이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울분을 토로했다.

아울러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을) 할 의향이 있는데, 아베 정권이 막는 것”이라며 “아베 정권이 이렇게 하는 것은 자국 정치용 조치, 자기 정치를 위해 한국 때리기를 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또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에) 시비를 걸면 안 된다”며 “(수출 규제로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한일의원연맹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입장이니 더 세계 이야기하고 싶은데 못하고,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21일 열리는 참의원 선거의 승리를 위해 이번 수출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는 게 강 의원의 분석이다.

그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실기했다’는 취지로 쓴소리를 이어갔다.

강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도 원칙과 명분에 집착하다 보니 시기를 놓쳐버린 부분이 있다”며 “작년 12월부터 계속되어 온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속 정치적 원칙과 명분만 주장하지 말고 정치적인 해결로 문제를 풀어갔어야 한다”며 ”우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와 대화를 해야 하니 이렇게 시일이 지났다”고 진단했다.

이 대목에서 의총장에서는 박수가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그만하시죠”라는 제안이 나오는 등 잠시 술렁였다.

강 의원이 의총 안건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선택 문제와 관계없는 발언을 너무 길게 한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특히 맨 앞줄에 앉아있던 이해찬 대표도 양 검지를 엇갈려 ’엑스’(X) 표시를 만들어 강 의원을 향해 들어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강 의원은 ”공개(회의)니까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며 ”막판에 외교부가 (한·일 기업이 참여하는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좋은 제안을 했는데 일본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더불어 ”한국 정부와 국회가 열심히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며 발언을 끝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X’ 제스처를 두고 공개된 자리에서 강 의원의 정부 비판 발언을 제지하려는 데서 나왔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해식 대변인은 “강 의원의 말이 너무 길어져 발언을 빨리 끝내라는 차원의 제스처였다”며 ”정부 비판 발언을 제지하기 위해 그랬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발언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비슷한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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