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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관세폭탄 1년…세계 1·2위 경제대국 전쟁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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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악순환에 글로벌경기 타격…한국엔 사실상 직격탄

협상 난항 속 불신·매파 득세…무역전쟁 격화·장기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상호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시작된 지 오는 6일로 1년이 된다.

세계 경제 양강인 이들 국가는 갈등 해소를 위한 협상을 이어왔으나 실질적 합의가 곧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는 게 중론이다.

무역 전쟁의 장기화 우려 속에 글로벌 경기는 둔화하고 한국은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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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째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타격전[정연주 제작] 사진합성



◇ 보복에 재보복…악순환 빠진 관세 타격전

양국의 고율 관세 공방전은 1년 전인 2018년 7월 6일부터 시작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그날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해 3월 22일 '중국의 경제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데 따른 조치였다.

통상안보를 지키도록 한 무역법 301조를 토대로 중국의 불공정 통상 관행을 징벌하고 협상을 압박한다는 것이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통치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대국으로 대우받길 원하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를 용인할 수 없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폭탄 투하 직후 똑같이 3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전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1, 2위 경제 대국 간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미국과 중국은 보복과 재보복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8월 23일 160억 달러 규모의 상대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2차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대한 재보복으로 같은 해 9월 24일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집행했다.

상호무역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했다.

자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공방을 중단하고 무역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국은 근본적인 견해차를 노출한 채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휴전은 6개월 만인 올해 5월 초 깨졌다.

이에 미국은 5월 10일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렸고 중국도 6월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5∼25%로 인상했다.

보복과 재보복이 거듭돼 미국은 대중 수입품 절반에 달하는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25%, 중국은 대미 수입품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1천1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5∼25% 관세를 부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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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경제 출혈 속 신음하는 한국 경제

미국과 중국은 관세의 직접 타격을 흡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관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저하가 경기둔화를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저렴한 생산비용 때문에 중국에 생산기지를 뒀던 글로벌 기업들은 관세를 피해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관세 타격전 탓에 세계 전체의 총생산(GDP)이 손실을 본다고 지적했다.

OECD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2021년까지 미국이 0.6%, 중국이 0.8%의 GDP 손실을 본다고 추산했다.

같은 기간에 글로벌 GDP는 0.7%, 글로벌 무역은 0.5%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경제의 출혈 속에 미국의 관세 폭격을 받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은 앞으로 타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의 비중은 26.8%, 한국 GDP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의존도는 10.0%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반도체·철강·화학제품 등 중간재 비중은 79.0%에 달했다. 중국의 수출감소나 경기둔화에 따른 연쇄 피해 우려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중국이 어려울 때 거시 경제적으로 함께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상황을 요약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무역 전쟁에 노출된 국가들이 경제 심리가 그만큼 더 흔들리면서 단순한 수출감소를 넘어 피해가 투자위축과 고용불안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 미국, 한국, 대만, 태국, 칠레,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무역 전쟁에 대한 GDP 노출도가 높은 10개국 가운데 8개국에서 자본지출 증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지출은 기업이 건물이나 공장, 기술, 장비와 같은 자산을 획득, 개선, 유지하는 데 쓰는 자금이다. 무역 전쟁 때문에 현재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미래 경제성장까지 휘청거린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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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휴전은 잠시 휴전일 뿐"[AP=연합뉴스 자료사진]



◇ 관세 타격 장기화·무역갈등 악화 조짐

문제는 무역 전쟁이 언제라도 격화할 수 있으며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은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물림으로써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이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에서 추가관세 중단, 무역협상 재개를 합의하긴 했으나 그 휴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이어진 정상회담-휴전-협상결렬-전쟁 재발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일단 무역협상 의제 자체에 좁히기 어려운 견해차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이전 강제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절도 ▲산업보조금 지급 ▲위안화 환율조작 ▲농산물·서비스 장벽 등을 협상의제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개방, 지식재산권 보호, 사이버 보안, 기술이전 강제 금지 등은 중국이 단기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이익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의제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고위급 무역협상 때 이들 쟁점에서 진전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 비전인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산업보조금 정책은 접점이 없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체계를 불공정 관행의 근원으로 지적하지만, 이는 중국에 미래를 포기하라는 협박일 수밖에 없다.

양국의 뿌리 깊은 불신도 협상타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주목된다.

미국은 중국의 국제합의 위반 전력을 비판하며 무역 합의를 중국 법률에 반영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합의 위반 때 보복을 받지 않는 방식의 일방적 관세부과를 이행강제 장치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주권침해로 인식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두고 자국이 19세기 서구 열강과 체결한 굴욕적 늑약을 떠올리는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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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그간 미국이 요구해온 산업통상정책 개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미국이 중국의 반발 때문에 기존 요구를 철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미감정 악화 속에 중국 지도부 내 보수 강경론자인 '잉파이'(鷹派)들의 목소리가 커져 합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맞은 편인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매파'(hawk)들이 득세하고 있다.

보호무역 주의자이자 안보 강경주의자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반면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무역 전쟁 봉합을 시도해온 자유시장주의 온건파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간판 기업인 화웨이를 비롯한 첨단기술 기업들을 옥죄는 공세를 관세전쟁과 병행하고 있다.

그 때문에 무역 전쟁이 단순한 수출입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다툼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기존 패권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에 미국과 중국이 빠져들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안덕근 교수는 "현재 미중의 상황은 잠깐 휴전"이라며 "잘 해결될 가능성보다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미국이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마치고 연말이나 내년 초에 중국과의 마찰 수위를 끌어 올릴 것"이라며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상황을 지금까지 이렇게 끌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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