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생각도 넘쳐나는 시대다. 그래서 일상은 곧잘 어지러움 속에 갇힌다. '정리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실천하기란 막상 쉽지 않다. 치운다고 치워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 우리는 정리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물건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이들 물건에 공간을 다 내어주며 사는 이유가 대체 뭘까? 어떻게 하면 정리를 잘하고, 물건에 종속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을 '클러터 컨설턴트(잡동사니 상담사)'로 부르는 저자는 삶을 어지럽게 하는 물건과 생각을 깨끗이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기술을 상세히 일러준다. 집안에 넘쳐나는 물건을 찾아내 나와 물건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현재 내게 필요치 않으면서 부담감과 불쾌감을 떠안겨주는 물건을 과감히 없애라고 조언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려면 '지금 현재', '바로 여기', '나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삶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요컨대 삶의 주어는 '나 자신', 시간의 축은 '지금'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고 공간을 비워 정말 좋아하는 물건만 남겨두다 보면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다.
이를 물건과 같이 '보이는 세계'부터 적용하다 보면 생각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도 점차 실천하게 된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면서 진정한 행복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여서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단순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저자가 정리 기술로 제시한 개념어는 '단사리(斷捨離)'다. '끊고 버리고 벗어나자'는 뜻으로, 물건에 대한 집착과 마음의 고민을 '단사리'로 털어내고 나면 삶과 인간관계가 새롭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집착해온 '더하기'의 삶에서 '빼기'의 삶으로 바꿔보라는 것이다.
저자는 "마음이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마음을 변화시킨다. 행동을 하면 마음이 따라오게 마련이다"면서 "'단사리'로 '빼기'의 삶을 실천하니 물건은 물론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망고나무. 228쪽. 1만2천800원.
다시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
▲ 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 = 클로디아 캘브 지음. 김석희 옮김.
화가 앤디 워홀은 1975년에 출간된 저서 '앤디 워홀의 철학'에서 "나 자신은 원치 않은 물건이라도 그걸 버리는 건 내 양심이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털어놨다. 워홀에게 그토록 많은 물건을 수집해서 쌓아두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평범한 물건이라도 아름답다고 여기면 무엇이든 집착하는 열혈 수집가였을까?
이 책은 워홀을 비롯해 역사 인물들의 정신장애에 대해 차례로 살펴본다. 경계성 인격 장애자였던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 강박 장애에서 헤어나지 못한 영화 제작자 하워드 휴스, 우울장애를 앓았던 정치인 에이브러햄 링컨, 불안장애로 마음고생을 한 진화론자 찰스 다윈,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힘들어했던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다.
그중 저장성 강박증 환자였던 워홀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공예품을 비롯해 온갖 작품을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수집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저장강박증 환자였던 것이다. 그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집을 어떻게 꾸며놓았느냐'는 질문에 자포자기하듯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쓰레기로 꾸몄지요. 종이와 상자들. 나는 무언가를 집에 가져오면 아무 데나 놔두고 다시는 집어 들지 않아요."
워홀은 해묵은 엽서와 진료비 청구서, 수프 깡통, 썩은 피자 꽁다리 따위로 가득 찬 수백 개의 상자를 생활 속에서 끌어안고 살았다고 한다.
저자는 메릴린 먼로가 왜 진정제를 과다 복용해야 했고, 찰스 다윈이 왜 복통에 시달려야 했으며, 하워드 휴스는 왜 문을 열 때마다 손잡이를 화장지로 감싸 쥐었는지 등의 의문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모멘토. 393쪽. 1만5천원.
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 |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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