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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고유정 "우발적" vs 검찰 "계획적"…'시신 없는 살인'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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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결국 피해자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범행 수법도 오리무중이다. 고씨가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가 범행의 우발성을 여전히 고수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고씨 범행 동기, 계획성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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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연합뉴스


◆ 고유정은 여전히 우발적 범행 주장…살인동기 참작 노린듯

제주지방검찰청은 1일 고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명백한 범행동기를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사전에 범행수법 등을 수체례 검색했고 성폭행 관련 진술은 처음부터 사건을 왜곡하기 위해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동안 10회 가량 고씨를 소환해 범행동기 등 진술을 설득했지만 고씨는 경찰 수사와 언론노출을 문제 삼으며 진술을 거부하다 급기야 “기억이 파편화돼 일체의 진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진술한 “수박을 자르는 중 남편이 성폭행하려고 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방어과정에서 다쳤다고 주장하는 ‘오른손 상처’를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한 상태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고씨의 오른손과 복부, 팔 등에 생긴 상처 등에 대해 방어흔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일부는 자해흔 또는 공격흔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살인에 대한 양형은 범행동기가 크게 좌우한다.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는 살인은 4~6년(가중될 때 5~8년) 수준이지만 극단적 인명경시살인일 경우 23년이상 또는 무기(가중될 때 무기 또는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범행 수법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고씨 범행의 ‘우발성’이 인정되면 당시 상황이 참작돼 집행유예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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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경찰이 경기도 김포의 한 쓰레기 소각장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의 유해를 찾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 검찰 “범행의 계획성 입증할 증거 89점 달해”

검찰은 범행의 계획성을 입증할 증거가 총 89점에 달한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씨의 주장을 반박한다. 고씨가 전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재판 다음날부터 범행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으며 ‘졸피뎀’과 ‘살인도구’, ‘니코틴 치사량’, ‘성폭행 신고 미수’, ‘처벌’ 등 범행 수법에 관련한 키워드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후 고씨는 전남편과 만남 전 감기증상을 호소하며 졸피뎀을 충북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았다. 검찰과 경찰은 고씨가 아들과 전남편이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음식이나 음료에 졸피뎀을 넣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세 사람은 저녁식사로 카레라이스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범행 사흘 전 제주 시내의 한 마트에서 칼과 톱 등 흉기와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등 청소도구를 샀다. 이같이 범행을 준비한 고씨의 행동들이 재판에서 계획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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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석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1일 오후 제주지검 중회의실에서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의 피의자 고유정 기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아들에게 전남편의 흔적을 지우려 했던 고씨의 태도도 범행의 계획성을 입증할 증거로 활용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친아버지를 ‘삼촌’으로 알고 있었다”며 “남편에 대한 적개심과 현 남편의 아이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고씨는 범행 1주일 전 아들과 제주의 한 놀이방을 찾았을 때 방문기록에 아들 이름을 전남편의 성(性)이 아닌 현남편의 성을 기록했다. 법적으로 현남편 호적에 아들을 등록하려면 전남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아들에게 전남편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임의로 현남편의 성을 대체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고씨는 경찰조사에서 “전남편은 이혼 후 언제든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빴다”며 “전남편으로부터 ‘아이 접견을 위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문자를 계속 받았다. ‘내가 아이 엄마인데도 무시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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