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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이탈리아 소설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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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버려진·잃어버린 사랑…가부장제 속에서 자아 찾는 여성 다뤄

뉴스1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성가신 사랑'은 1999년에 펴낸 데뷔작이며 '버려진 사랑'은 2002년, '잃어버린 사랑'은 2006년에 각각 독자를 만났다.

나쁜 사랑 3부작은 각각 독립적인 소설이지만 주인공들이 모두 작가의 고향인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가부장적인 환경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가신 사랑'은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는 딸 델리아의 이야기다. 그는 자신과 어머니를 동일시 여기고 완벽하게 닮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욕망은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유년 시절은 과거시제로 영원히 머물러 있는 거짓말의 공장이다" (소설 '성가신 사랑' 본문 중에서)

'버려진 사랑'은 대학교수인 남편에게서 일방적으로 버림을 받은 30대 전업주부 올가가 겪는 고통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작품은 일방적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울분과 분노가 잘 드러난다.

"가장 큰 실수는 그와 함께 있어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 (소설 '버려진 사랑' 본문 중에서)

3부작 가운데 가장 최근작인 '잃어버린 사랑'은 비뚤어진 모성애를 다룬다. 주인공 레다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에 두 딸을 십여년 간 혼자 키웠다. 그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과 딸들과 무관한 여성의 삶 사이에서 갈등한다.

"나는 다시 마르타를 낳았다. 마르타는 내 몸을 공격해 통제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임신기간 내내 몸 안에 끈적끈적한 침전물이 있고 난폭한 강장동물 같은 것이 자라는 것 같았다." (소설 '잃어버린 사랑' 본문 중에서)

나쁜 사랑 3부작은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에 균열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작품의 주인공은 억압받는 존재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인한 여성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엘레나 페란테는 '작품만이 작가를 드러낸다'고 주장하며 신상에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엘레나 페란테는 필명이다.

◇ 나쁜 사랑 3부작 세트 전3권/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한길사/ 4만35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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