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을 마치고 취재진에게 결과를 설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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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30일 판문점에서는 남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고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 땅을 밟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오전 7시 51분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을 제안한 지 32시간 만에 완성된 '판문점 드라마'의 막후 연출자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었던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의 '막전막후'를 설명하면서 "윤건영 실장이 경호, 의전, 보도와 관련된 미션을 처리했다"며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도착했을 때 하차 지점과 북미 정상의 동선(動線) 등 정상들 만남이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부분을 윤 실장이 북측 및 미국 측과 협의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29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의 만남을 제안한 직후부터 북측의 반응을 체크하는 등 본격적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29일 저녁 청와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만찬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윤 실장의 역할이 계속 이어졌다"며 "다음 날 새벽까지도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지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을 했는데 최종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밤새 잠을 하나도 못잤다"고 전했다.
이어 "윤 실장은 30일 오전 8시경 판문점 쪽으로 (정상회담 준비)팀을 데리고 이동했다"며 "오전에 판문점에서 북미 간 접촉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했다.
경호, 의전, 보도 등과 관련한 청와대 참모들을 제치고 윤 실장이 나선 배경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의전팀, 경호팀 따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며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한 달 뒤 회동이면 정상적인 회의나 이런 절차 거쳐서 가능하겠지만 (시간이 부족해)자기 고유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촉박해 청와대 업무 분장을 무시하고 윤 실장이 나섰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지난해 평양에 특사로 파견되는 등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 의전 담당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김 위원장 측근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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