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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트럼프 트윗 5시간 뒤 최선희 화답…비건 판문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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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성사까지 긴박했던 하루

비건 한·미 만찬 빠지고 북과 조율

오후 10시 넘어서 숙소로 돌아와

김정은 “회담 제안 나도 깜짝 놀라”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비무장지대(DMZ) 내 캠프 보니파스 오울렛 초소(OP)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판문점 동쪽에 위치한 캠프 보니파스는 한국군과 미군의 공동 주둔지이며 최전방 초소인 오울렛 초소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5m 남쪽에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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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회담’은 기존의 정상회담 관례를 모두 깼다. 회담 제안과 사전 협의, 의제 조율 및 합의문 성안, 의전 확정 등 복잡한 외교 절차를 모두 건너뛰었다. 가장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29일 트윗 이후 32시간 만에 만난 ‘트위터 회담’이 됐다.

30일 오후 판문점에 나온 김 위원장은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여기서 만날지 (어제) 오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북·미 회담 후 오산 미 공군기지를 찾아 트위터로 회담이 성사된 데 대해 “소셜미디어(SNS)는 꽤나 막강하다”고 말했다.

미국 측 실무진은 29일 이중으로 당혹해했다. 외교 소식통은 30일 “미국 측 실무진은 자신들 대통령의 전격적인 트윗 제안에 한 번 놀랐고, 이날 오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긍정 메시지’에 두 번 놀랐다”고 전했다.

◆29일 오전 7시51분: 실무진 판문점행=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의 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9일 아침 “내일 김정은과 DMZ에서 만나 안녕하냐고 말할 수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소식통은 “이후 국무부 등 한국에 있던 실무급들이 판문점으로 가서 경호와 의전 변경이 가능한지부터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 대통령의 동선은 경호와 의전을 고려해 최소 2주 전부터 체크하는 게 관례다.

◆오후 1시: 최선희의 응답=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다섯 시간 만에 최 부상은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를 내고 “분단의 선에서 조·미 수뇌 상봉이 성사된다면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측의 공식적인 수용 의사다. 단, 최 부상이 “이와 관련한 공식 제기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 제안’을 위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인편으로 북측에 의사를 전달하진 않았고, 전화로 (북·미 정상 회동을 위해)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유엔사 전화선을 통했을 수 있다.

중앙일보

비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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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10시: 사라진 비건=오후 4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G20 결과 기자회견을 시작하자마자 “곧 한국으로 가는데 내일 DMZ에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 그가 긍정적인 답변(receptive)을 했다”고 공개했다. 그 시각 비건 대표는 서울 중구 소재의 숙소를 나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방한해서도 “북측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비건 대표는 이날 밤 8시 청와대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이날 저녁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30일 판문점 회담을 조율했다고 귀띔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밤 10시가 넘어 숙소로 돌아왔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회담이 일종의 ‘연막작전’이란 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아시아 방문 기간 중 김 위원장과는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에 북한은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독심술’ 담화를 냈다.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조·미 관계는 우리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해 나가고 있다”고 굳이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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