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는 속도와 위력이라는 면에서 ‘글로벌 역사상 최악’이었다. 당시 위기는 미국에 국한한 듯 보이지만, 실제론 북대서양 양안(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했다. 달러를 기반으로 한 북대서양 은행시스템의 붕괴였다는 것이다.
북대서양 양안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따라 금융위기는 재정위기로 전환하면서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전역으로 확대됐다.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은 위기를 유예하는 모습(만기연장이 곧 경기회복의 전략)만 보인 까닭에 결국 실패로 이어졌고, 이는 일부 지도적 국가나 정파의 이익에 좌우된 결정이었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한국은 어땠을까. 한국은 은행시스템과 국제무역 두 가지 부분에서 차례로 위기를 맞았다. 2008년 한국의 국가 재무 상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고와 무역수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국제화된 금융시스템은 외환시장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리기 쉬운 구조적 취약성에 놓여있었다.
저자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포퓰리즘”이라며 “한국의 성장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능했던 건 서구사회의 정치적 대격변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역사는 정치적 ‘이단아’ 트럼프의 당선,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앞세운 극우 정파의 득세, 포퓰리즘 정치 부상 등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1929년 대공황은 히틀러를 낳았고 금융위기 10년은 트럼프를 낳았다”며 “전쟁과 독재의 정치적 파국이라는 경험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붕괴=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아카넷 펴냄. 964쪽/3만8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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