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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일주일새 40% 급등… 페이스북이 불지른 '코인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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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 1500만원(오후 2시·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을 돌파했다. 작년 12월에 1개당 37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년 만에 네 배로 오른 것이다. 전 세계 가상 화폐 거래액도 하루에 100조원 안팎에 달한다. 하지만 2년 전 '가상 화폐 투기 광풍'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엔 대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앞다퉈 가상 화폐를 구매하면서 같은 비트코인인데도 해외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 '김치 프리미엄'까지 생길 정도로 거품이 심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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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독 한국이 들썩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 주요 펀드와 같은 큰손들이 가상 화폐의 장기 상승에 베팅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상 화폐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름도 모르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신규 가상 화폐를 발행해 돈을 모으던 예전과 달리, 페이스북·JP모건·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가상 화폐를 발행하고 장기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예컨대 페이스북이 준비하는 가상 화폐 '리브라(Libra)'는 달러·채권과 같은 현실 자산과 연동한다. 달러를 준비금으로 입금한 뒤 그에 해당하는 일정량의 리브라를 발행해 가상 화폐의 약점인 심한 가격 변동성을 극복했다. 여기에 블록체인(분산 저장)이 실생활에 보급되면서 가상 화폐의 기술 기반도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선 '가상화폐 시즌 2'라는 말이 나온다.

◇30억명이 쓰는 가상화폐 등장 임박

이달 들어 세계 최고 테크 기업과 세계 최대 투자은행이 연이어 가상 화폐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은 내년에 3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가상 화폐 리브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리브라를 화폐처럼 활용해 송금·결제를 한다. 수수료도 거의 없다. 리브라에는 비자카드·마스터카드·페이팔과 같은 신용카드 결제업체와 우버·리프트·이베이 등 테크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18일 9253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사이 39%(1만2868달러) 급등했다.

25일(현지 시각)엔 JP모건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자체 가상 화폐 JPM코인을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상 화폐도 리브라와 같이 현실 자산과 연동하는 방식이다. JP모건 관계자는 "JPM코인은 기업 간 자금 이동을 목적으로 개발한 가상 화폐"라고 밝혔다. 기업이 큰 금액을 송금하거나 채권을 거래할 때 현금 대신 가상 화폐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해외로 수백억원을 송금할 때 JPM코인을 쓰면 이전처럼 2~3일간 걸리던 지체 없이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가상 화폐인 '링크'와 '클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작년 8월 일본 자회사 라인을 통해 '링크체인'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열었다. 현재 8000만명에 달하는 일본 라인 이용자들은 라인 내에서 링크를 '라인 포인트'로 전환해 이모티콘을 구매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달 27일 자사 가상 화폐 사이트 ‘클레이튼’에서 쓸 수 있는 가상 화폐 클레이를 기업과 개발자 대상으로 발행한다.

가상 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생활 곳곳에 녹아들고 있다. 삼성SDS는 오는 8월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자동청구 서비스를 시범 공개한다. 환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해 의료기관에 비용을 수납하면 실손보험 청구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농협은행은 개인 간 금융거래 시 작성하는 각종 약정 증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종이 화폐의 위협으로 등장

가상 화폐를 둘러싼 논쟁의 양상도 이전과 다르다. 2년 전엔 "현실에선 아무런 가치가 없는 가상 화폐는 사기"라는 게 주요 논점이었지만 페이스북·JP모건과 같은 기업이 전면에 나서면서 무의미해졌다. 오히려 가상 화폐 부상이 종이 화폐 중심의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지가 주목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브라가 안착하면 현재 금융 산업의 구조는 싹 바뀌고, 은행은 무너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장 미국 상·하원은 다음 달 16일과 17일 페이스북의 리브라 조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9일(현지 시각) "(리브라를) 안전성과 건전성 측면에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오직 정부만이 법정 통화를 발행해야 한다"고 했고, 영국 잉글랜드은행(중앙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가상 화폐에 대한 높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가상화폐가 단순 '사기'에서 기존 체제를 뒤엎을 수 있는 차기 금융 패권으로 격상된 격"이라고 했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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