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육지에 다녀올 때 일단은 수리를 호텔에 맡기지만 일부는 이웃 ‘빙구’네 신세를 진다. 일테면 호텔 오픈이 10신데 비행기를 9시에 타야 하면 빙구 엄마가 수리를 잠시 맡았다가 10시 이후에 호텔에 데려다 주고, 또 호텔이 7시에 문을 닫는데 내가 8시에 돌아올 양이면 빙구 엄마가 수리를 먼저 찾아 데리고 있는 식이다. 한두 시간 차이로 수리를 하루 더 밖에서 재우기 싫어서고, 나 역시 같은 방식으로 빙구 엄마 편의를 봐 준다. ‘돌봄 품앗이’다. 얼마 전에는 산책길에 종종 만나는 순이 엄마가 “아예 저한테 맡기고 다녀오세요. 순이도 친구가 있으니 좋죠”라는데, 그렇게까지 폐를 끼쳐도 될까 하면서도 그럴 수만 있다면 환상이겠다 싶었다.
나와 수리를 아는, 거기다 산책 루트까지 같은 이웃이 수리를 돌봐 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상상만은 아니다. 게다가 시스템까지 갖추었으니 돌봄을 부탁하는 이나 받는 이가 당당하게 마음 편히 이용할 수도 있다. 아직은 지역적으로 한정돼 있지만 이런 움직임, 정말 반갑다.
▷반달 ‘반려동물과의 달콤한 인생, 달콤한 일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줄인 ‘반달컴퍼니’는 이웃의 반려동물을 돌봐 주고 그 시간만큼 내 반려동물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동 돌봄 서비스 플랫폼이다. 말하자면 내 반려동물이 돌봄을 받는 대가를 돈이 아니라 내가 품을 들여 시간으로 지불하는 것.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몇 가지 확인 사항을 거쳐 ‘달님이’로 등록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홈페이지나 외부 행사에서 신청자를 받아 인터뷰를 한 뒤 요청이 들어오면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앞으로는 현재 운영 중인 앱을 더욱 고도화해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반달’ 앱을 설치하고 지역을 설정하면 ‘가까운 위치순’이나 ‘평점순’ 등으로 펫시터 리스트가 뜨고, 그중 내게 맞는 조건의 달님이를 찾을 수 있다. 향후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면서 추천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신뢰도를 한층 높여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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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생 ‘우리동생’은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긴 이름을 줄인 말이다. 서울 마포구 주민들이 모여 반려동물과 사람이 건강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협동 조합을 결성했고, 비영리 동물 병원을 설립하는 등 동물 복지와 건강 증진을 위한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동생의 오래된 소모임으로 ‘고양이 돌봄 품앗이’가 있다. 반려인이 집을 떠나 있을 때 홀로 남은 반려동물을 공동으로 돌보는 네트워크다. 돌봄 신청이 들어오면 지원 가능한 멤버가 요청자 집으로 가 반려동물을 돌봐 준다. 집 열쇠를 건네는 만큼 조합원들 간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할 테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모였으나, 동물을 매개로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며 돕다 보니 지금은 외려 사람을 더 돌보는 모임이 됐기 때문이라고. 이 밖에도 우리동생에는 강아지 뜨게옷 만들기 모임, 산책 모임 같은 소모임이 있고, 동물 행동 교육 강좌, 재난 대피 매뉴얼, 동물권 공부 등 교육도 진행한다. 취약 계층 반려동물과 유기동물을 대상으로 의료 나눔 서비스도 제공하며 ‘우리’의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우리동생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웹에서 가입 신청을 하고 출자금을 입금하면 승인을 거쳐 조합원이 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사진 각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85호 (19.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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