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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은 “0%대 저물가”…금리인하 명분 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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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반도체 불확실성 여전, 이주열 총재 “적절한 대응” 밝혀

시장은 이미 ‘인하 기대’ 선반영

집값 등 자산시장 부작용엔 부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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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8~1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보낸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어느새 인하 시점과 횟수가 이슈가 되고 있다. 한은도 하반기에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금리 인하의 명분 쌓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만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한은은 불확실성 전개 방향과 그것이 경제 성장과 물가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지난 12일 창립기념사를 발표한 이후 시장에서 기대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장의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고채 3년물(1.4%대)과 10년물(1.5%대)은 물론 장기채인 국고채 30년물 금리(1.6%대)까지 기준금리(1.75%)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와 있는 상태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하지 않으면 시장에 불확실성을 줘 금융시장이 되레 불안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특히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당분간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인데, 이 같은 저물가 상황도 금리 인하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올 초만 해도 예상치 못한 이슈였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당시 이 총재는 “중립금리에는 못 미친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꺾이면서 추가 인상은 없었다.

특히 올해 초부터 경기가 악화됐지만 한은은 하반기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면서 금리 인하에 선을 그어왔다. 지난 1월24일 이 총재는 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수준 정도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올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3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2명의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을 때도 이 총재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으로 금통위 전체 의견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나타난 것이 지난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다. 이 총재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시장은 이르면 다음달 혹은 8월부터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통화정책 여력이 적다는 점이다. 만약 금리를 두 차례 내릴 경우 연 1.25%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역대 최저 수준에 닿는다. 이 총재도 이날 “금리가 과거 기준으로 보면 현 수준에 여유가 많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폭의 금리 인하는 시장에 경기부양에 대한 과감한 시그널은 주지 못한 채 부동산 등 자산시장만 자극할 우려가 크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7로 전달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이 총재는 “경제가 어려운 것을 왜 모르고 있겠느냐”며 “다만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경우 금융안정(가계부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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