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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힘 못 쓰는 주식시장, 힘 받는 ‘스팩’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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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경쟁 654대 1까지 치솟아

합병 성공 후 주가 오르면 차익…실패해도 원금 손실 없어 ‘흥행’

“인수 기업 실적 등 잘 따져봐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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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하면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대안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스팩은 우량한 비상장 기업이나 코넥스(제3 주식시장) 상장 기업과 합병해 이들이 코스닥에 우회 상장할 수 있게 하는 특수목적회사다. 합병 성공 후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는 차익을 챙기고, 합병에 실패해도 원금손실이 없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DB금융7호스팩의 청약경쟁률이 269 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9일 상장한 신한제5호스팩은 654 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청약 미달이 적지 않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해 5월은 장기간 지속되는 미·중 간 무역갈등이 글로벌 경기둔화로 이어져 국내 증시가 바닥을 찍기 시작하던 시기다.

최근 스팩의 청약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은 수익성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스팩의 주가 상승률이 한화에스비아이스팩 110%, 신영제5호스팩 87%, 신한제5호스팩이 83%에 달하는 등 모든 스팩들이 공모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스팩은 11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곳)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10곳이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증권가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신규 상장 스팩이 역대 최다(2015년 46건) 수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는 일반 주식처럼 스팩주를 사고팔 수 있다. 투자한 스팩이 우량한 회사와 합병해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팩 투자는 합병 후 얼마에 매도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스팩이 국내에 도입된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합병 성공률은 약 47%다. 만약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투자자는 원금과 이자(연 1.5%)를 돌려받는다. 하지만 이는 3년간 현금이 묶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또 대부분의 스팩은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 이른바 작전세력이나 풍문에 쉽게 흔들리며 급등락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급등 추세만 보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증권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팩은 합병 전까지는 현금 뭉치에 불과해 주가가 오를 이유가 없다.

통상 합병 전 스팩 주가가 급등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고, 합병 후에는 주가 하락세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아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스팩이 3년이라는 기한에 쫓겨 부실기업을 상장시킬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스팩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해 이른바 투기세력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급등세를 좇는 추종 투자보다는 스팩이 인수하려는 기업에 대한 실적 등 정보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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