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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주열, 올해 물가상승률 0%대 가능성 언급…경기부진·복지정책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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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부족·유가 하락·농산물 수급개선

1~5월 물가상승률 0.6% 그쳐

"통화정책으로 물가 제어하기 어려워져"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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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대에 그칠 가능성을 열어놨다. 경기 부진으로 수요가 부진해진 가운데 국제유가와 농축산물 가격 같은 공급측 요인과 정부 복지정책에 따른 물가 하방압력을 원인으로 꼽았다. 물가상승률이 0%대로 떨어지면 2015년(0.7%) 이후 4년만이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물가상승률을 0.7%로 전망했다.


25일 이주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자리에서 "올해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망치인 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1~5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였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0%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물가 하락은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어 적정 수준의 물가 상승으로 이를 경계하고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한은의 역할이다.


이 총재는 저물가 원인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 측면에서 보면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이상(1월1일∼6월21일 중 두바이 -3.4%) 하락했으며,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농산물 수급여건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정책 측면에서는 일부 공공요금이 인상되었으나 무상교육이 확대되고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됐다"며 "이러한 공급측 요인과 정책 요인은 모두 물가의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 이후부터는 일시적 특이 요인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 물가상승률이 1%대 초중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정부 복지정책에 따른 물가 하락 영향도 줄어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도 통화정책으로 직접 물가를 제어하기 어려운 영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이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긴 시계에서 보면 글로벌 경제 통합과 기술 진보와 같은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대외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해외 요인의 설명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데다 IT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거래의 확산도 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점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의료, 급식, 학비 등을 포함한 정부의 복지정책도 물가 하락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직접 제어하기 어려운 영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의 기본 책무에 충실하게 현재의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중앙은행으로서는 불편하겠지만 이를 조금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신중한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저물가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려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쳐 물가를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 복지정책과 개방경제로 인해 이런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작동하지도 않을 뿐더러, 2011년 이후 가계 부채 등과 관련된 금융안정까지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가 되면서 섣불리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게 한은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물가 여건 뿐 아니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부동산 시장이 재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를 대비해 대출 규제 같은 정부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확대할 경우 금융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의 가계부채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가계부채 억제 등을 위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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