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민 SCM담당이 친환경 새벽배송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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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보냉백 수거는 C사(쿠팡)나 M사(마켓컬리)는 하기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리사이클하려면 해당 지역 담당자가 와야 하는데 쿠팡이나 마켓컬리는 매일 다른 배송기사가 오기 때문에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새벽배송에서 배송쓰레기가 많이 나와 죄책감을 느꼈던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안철민 SCM운영 담당)
25일 오전 10시, 김포 고촌읍에 위치한 SSG닷컴의 물류센터 '네오 2호 센터'를 찾았다. 매트릭스의 '네오'를 따 직접 최우정 SSG대표가 지었다는 이름답게 센터 전체는 고속으로 움직이는 기계 선반들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눈 앞에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대형마트 장바구니 크기의 상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누군가가 주문했을 오늘 저녁 찬거리가 가득 담겨 있었다. 수박과 우유, 3분카레와 라면 등이 담긴 상자 뒤에 스포츠 이온 음료와 닭가슴살, 양파가 담긴 상자가, 또 그 뒤에는 휴지와 기저귀, 과자와 빵이 담긴 상자가 차례차례 지나가는 식이었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대형마트 1인자 이마트는 지난 3월 자사 온라인몰을 한 데 묶어 SSG닷컴으로 분사시켰다. 쿠팡의 익일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등에 동시에 공격당하자 절치부심하며 내놓은 방안이다. SSG닷컴의 물류센터는 현재 김포에만 2개. 바로 옆에는 2호 센터와 연결된 3호 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3호가 완공되면 수도권에서만 하루 8만건의 고객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현재(4만4000건)의 두 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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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 전만 해도 온라인몰에서 신선식품을 처리하려면 물건 고르기를 담당하는 '피커'들이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물류센터에서 직접 물건을 집어다 배송을 해야 했다. 하지만 네오센터 속에는 거의 피커가 보이지 않았다. 공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주문물품이 담긴 바구니가 이동하며, 라인별 담당자들은 그 바구니에 자신이 담당한 물건을 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SSG닷컴이 자랑하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장관은 14미터 높이의 거대한 선반을 드나들며 자동 재고관리를 하는 '셔틀 유닛' 로봇이었다. 선반과 거의 같은 높이의 셔틀 유닛 로봇은 선반 어딘가에 있는 제품 재고를 찾아낸 다음, 상자 안에 담긴 제품 재고를 컨베이어 벨트에 내려놓는다. 분당 200m의 속도다. 기자가 100m를 전속력으로 달려도 20초나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그 다음부터는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여 바로 출고될 제품들이 쌓여 있는 구역으로 옮기고, 담당자들은 상품의 정보와 수량을 확인하고 버튼을 누른다. 상품은 레일을 따라 이동해 고객 배송 바구니에 담긴다. 라면이나 즉석밥 등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제품은 A등급으로 분류하고, 더 빨리 바구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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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등 유제품, 과일, 야채 등 신선식품은 일반 제품과 다른 '콜드 체인' 구역에 보관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싸늘해진 공기에 그동안 벗고 있던 가디건을 챙겨 입어야 했다. 섭씨 8도로, 가을 정도의 쌀쌀함이 계속 유지된다. 가장 인기가 좋은 신선식품은 우유인데, 초기만 해도 유통기한 내에만 있으면 배송했다가 반품이 늘어나자 이제는 입고 후 하루 내에 모두 배송하는 식으로 바꿨다. 안철민 SCM운영 담당은 "소비자들도 마트에서 우유를 살 때 굳이 맨 뒷줄 제품을 찾는 것처럼 우리도 가장 신선한 우유를 배송하기 위해 시스템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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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신선식품과 일반 제품이 한 데 모아진 바구니는 최종적으로 콜드 체인을 유지하며 배송 차량에 실린다. 배송 차량이 물건을 실어갈 수 있는 출차구만 50개에 달한다. 총 배송 차량 대수는 652대다. 특히 이달 27일부터는 새벽배송까지 진행하게 되면서 네오 2센터가 처리할 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 용산 등 서울 주요 지역 10곳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 후 연말께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선두 업체인 마켓컬리와 쿠팡 등이 배송쓰레기로 비판받는 것을 감안, 보냉재를 두텁게 적용해 9시간까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보냉백을 구매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적 면에서 한 발 앞서나간 셈.
향후 SSG닷컴은 새벽배송 확대를 통해 기존 선두업체의 물량을 내년 말까지 따라잡을 계획이다. 안 담당은 "마켓컬리 등 새벽배송 업체들의 물량을 내년 말까지는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물고 물리는 싸움이 계속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벽배송 물량이 늘면서 치킨게임 구도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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