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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은퇴 후 돈 가뭄 극복? 브라질 국채 생각해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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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영의 은퇴지갑 만들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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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3면 절벽. [자료 김진영, pixabay, unsplash, 제작 조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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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가운데 은퇴 크레바스 구간에 있는 퇴직자들 90% 이상이 ‘3면 절벽’에 직면했다. 3면 절벽이란 ‘연금절벽’ ‘소득절벽’ ‘재산절벽’ 상황을 말한다. 이 구간은 국민연금을 받기까지는 멀고, 퇴직연금은 중간정산해서 받을 게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으로 받을 게 있다 해도 대출금 갚는 게 더 유리하니 대부분 연금보다는 일시금을 선호한다. 게다가 대부분 다른 연금에 가입해 놓은 게 없다 보니 이 구간에서 받을 연금이 없는 ‘연금절벽’을 마주한다. 퇴직 후 재취업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자영업도 내 인건비만 건지면 다행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불황 속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은 ‘소득절벽’에 직면한다.

마지막으로 초저금리에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얼어붙었고, 경기가 나쁘다 보니 투자할 곳도 안 보여 재산증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조그만 일을 해보려고 움직이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엔 그대로 ‘재산절벽’이 다가온다. 그런데 이런 3면 절벽에도 삶이란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이 3면 절벽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면 은퇴생활비가 한계지출 수준까지 떨어지며 은퇴생활이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눈뜨고 알면서도 절벽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은퇴 크레바스 넘을 3개 다리
이처럼 절벽을 넘어갈 수 있는 ‘연금다리’ ‘소득다리’ ‘재산다리’의 티켓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선택할 수 방법은 최대한 천천히 가다가 떨어지거나 반대로 전력 질주로 점프해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전력질주도 너무 늦게 달리면 점프해도 떨어진다.

새삼스럽게 은퇴절벽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지난번 글의 최부잣집 며느리 구하기처럼 티켓을 구하지 못한 경우 오히려 적극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적극적’이란 고수익, 예컨대 연 20%를 보장한다고 내용도 모르면서 묻지마 투자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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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채도 운용해볼법한 상품이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호불호가 갈린다. 수익률이 짭짤하고 비과세라는 장점이 있지만,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브라질 헤알화의 종류.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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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난 회에서 말한 은퇴자산관리의 3개 구간과 6개의 코스 중 3코스를 살펴보자. 퇴직 전후 시점에서 은퇴자산이 많이 부족해 수익률 중심의 투자를 해야 하지만 동시에 생활에 필요한 소득도 빼 써야 할 때의 운용 방법을 말한다. 이 코스는 돈을 주기적으로 빼야 하므로 자금운용에서 복리효과나 재투자 효과가 없거나 작아 자산이 계속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일반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하고 주기적인 인출도 가능한 상품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상품은 투자위험이 높다.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살펴보자. 투자타이밍을 언제로 하느냐도 관건이다. 이를 고려할 3코스 개념으로 운용해 볼 수 있는 상품은 ELS(주가연계증권) 랩이나 ELS 변액연금 등 ELS를 이용한 상품군이 있다. 부동산 펀드 중 수익형 부동산을 운용해 분기나 반기별로 지급금을 주는 펀드군도 있다. 마지막으로 브라질 채권도 이 코스의 운용 대상으로 꼽힌다.

브라질 국채, 7년이면 원금 두배
브라질 국채는 금융권 VIP 창구 등에서 오래전부터 취급하고 있는 상품이다. 그런데도 이 상품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히 극단적으로 나뉜다. 브라질 국채를 사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선 수익률이 헤알화 기준으로 연 10%인 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포함되지 않는 완전 비과세상품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을 사는 시점과 상관없이 한 해에 두 번 1월 초와 7월 초에 이자가 지급된다. 이자를 받지 않고 재투자하면 ‘72의 법칙’에 따라 약 7년이면 원금이 투자금액의 두배가 된다. 그리고 10년 동안 이자를 다 받으면 받은 이자총액이 원금과 거의 같게 된다. 그리고 만기는 대부분 10년물의 잔존기간이지만 도중에 수수료를 내면 주식처럼 매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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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경제가 베네수엘라처럼 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진은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을 보여준다. 지난해 8월 카라카스의 한 상점에서 2.4㎏짜리 생닭 한 마리가 1460만 볼리바르(약 2500원)에 거래됐다. 베네수엘라는 화폐개혁을 통해 새 통화 ‘볼리바르 소베라노(최고 볼리바르)’를 도입하는 등 물가를 잡으려 애쓰고 있지만 올해 물가 상승률은 세계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규모인 1000만%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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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채권은 순수한 환율투자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헤알화, 달러화, 원화의 움직임이 종합적으로 채권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브라질 헤알화가 강세가 되거나, 달러나 원화가 약세가 되면 이자 외에도 환차익이 생기도 한다. 그래서 일종의 거시 경제적 위험에 대한 헤지(Hedge) 상품으로도 쓰인다. 장점만 보면 안 살 수 없다.

반대로 이 채권을 안 사는 사람은 위험을 이야기한다. 주위에 10여 년 전 브라질 채권을 샀다가 만기 원금이 반 토막이 났다는 투자자가 많다. 앞으로 원화가 강세로 가거나 브라질 헤알화가 폭락하지 않을까, 브라질 경제가 베네수엘라와 같이 포퓰리즘 연금정책으로 파산하는 것 아니냐 등의 부정적인 말을 쏟아낸다. 맞는 말이고 희박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브라질의 헤알화의 원화환율은 수많은 악재가 나왔는데도 거의 2년째 헤알화당 300원 안팎에서 안정적이다. 사실 브라질은 산유국이고 보유 외환도 우리와 비슷하다. 브라질이 위험하다면 지금의 우리나라는 더 위험하지 않을까.

물론 브라질 채권을 10년 전에 산 사람은 큰 손실을 보았다. 그런데 그동안 받아온 이자총액이 원금에 달하고, 원금이 반 토막 났어도 절반은 남아 있으니 수익률은 최소 50%에 달한다. 그리고 만기에 받은 돈으로 브라질 채권을 다시 사면 종신연금처럼 계속 이자만 받을 수 있다.

원금 반 토막 났지만, 수익률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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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브라질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사진은 이날 유로화와 헤알화 가치가 표시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권거래소의 전광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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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알화가 폭락한다는 이야기와 브라질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거의 같은 위험을 말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브라질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면 달러 표시인 이자가 지급되지 않을 수 있고, 헤알화 폭락으로 원화 기준 원금이나 이자가 대폭 줄어들 위험은 있다.

그러나 위험이 없으면 수익도 없다. 현재 있는 자금으로 은퇴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굳이 위험을 택할 필요는 없다. 몇 년 전 집값이 폭락할까 봐 집 구매를 미루고 전세로 사는 사람이 많았다. 앞으로 집값이 폭락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집을 살까. 실제 이런 사람은 나중에 집값이 내려가도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지, 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행을 미루는 것이 신중해 보이지만 어떤 경우엔 그냥 의사결정을 못하고 미적거리다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런데 준비 없이 뒤늦게 은퇴절벽을 넘어야 하는 50대는 점프를 하려고 해도 달릴 수 있는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절벽까지 미적미적 가다가 그 앞에서 제자리 점프를 한다면 크레바스를 넘기 어렵다.

김진영 은퇴자산관리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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