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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4월 경제전망 실패한 한은…7월엔 시장신뢰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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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갑작스런 인하 시사 배경 ‘4월 전망 실패’ 지목
금통위원도 "4월 전망 낙관적, 2.5% 달성 어렵다" 지적
시장에선 "7월 전망에선 현실적 진단 나올 것 " 기대도

한은의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가 불과 한 달 전까지 2분기 경기반등을 언급하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했다가 갑작스럽게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으로 4월 경제전망의 실패를 지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심지어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금통위 내부에서도 한은의 경제전망이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7월 경제전망을 3주 가량 앞두고 한은 경제전망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걷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한은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렸던 금통위에서 4월 경제전망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우리 경제가 2분기에 기술적으로 회복되고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한은의 기본전망은 재정 확대 기조와 반도체 시장의 회복 기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이러한 전망이 낙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부서(조사국)에서는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와 2분기 정부 예산집행을 언급했지만 해당 위원은 "연간 성장률 2.5%는 이례적이었던 반도체 경기 초호황이 재현되지 않는 한 쉽지 않아보인다"고 했다.

조선비즈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시장에서는 이미 한은의 경제전망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4월 경제전망에서 '미·중 무역합의 가능성'을 경기 상방리스크로 언급했고, IT부문의 설비투자에서는 하반기 이후 증가전환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합의가 장기적인 이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고, 반도체 업황이 연내 회복될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었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배경으로 미·중 무역협상 결렬과 반도체 회복 지연을 지목하면서 "여건이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무역합의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거란 예상에 하방으로 위험이 번져 있었는데 당시 충분히 반영이 안됐다"며 "4월 경제전망은 현실과 상당히 괴리가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인 한은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감안해 낙관적인 통계치를 우선적으로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상 경제전망에 앞서 여러 전망기관들의 통계치를 살펴보는데 부정적인 의견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는 1월 경제전망에서도 있었다. 올해 경상수지 전망치를 작년 10월 예상치인 620억달러에서 올 1월 690억달러로 70억달러나 올려잡은 것이다. 반도체는 하반기에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대신 국제유가 하락에 초점을 맞춘 결과였다. 한은은 이 전망치를 4월 665억달러로 다시 낮춰잡았다.

한 민간 연구원의 연구원은 "이미 연초부터 반도체 경기를 놓고 국내, 외국계 기관에서 전망하는 내용이 달랐다. 반도체가 상반기에 어려울 것이란 예상은 교집합(공통된 의견)이었지만 하반기에 대한 전망은 사실상 불투명했다"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아야하는 정책당국의 입장을 고려해도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7월 경제전망은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시기에 발표되는 만큼 현실적인 전망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의견이 많다. 내년 초 잠정 확정돼 발표될 연간 지표를 감안해서라도 기대심리보다는 현실 경제여견을 반영할 것이란 얘기다. 반도체, 미·중 무역분쟁이 수출의 하방리스크임이 분명해진 만큼 정부 재정이 어느정도 이를 메워주는 지가 관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에 나오는 전망치는 나름 터닝포인트라고 봐야 한다. 한은도 현실적인 수치를 내놓고 전망의 적중치를 맞추기 위해 노력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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