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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환자 앞 모욕주고 일 못한다고 꼬집고… 간호사 ‘태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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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종합병원 11곳 실태조사… 연장근로수당 등 총 63억 체불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A 씨는 수습기간 한 선배로부터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꼬집히고 등짝을 맞았다. 하지만 A 씨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수습 기간 ‘태움’은 간호사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통과의례였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수습 간호사를 엄하게 교육하는 규율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2월부터 전국 종합병원 11곳을 근로감독 한 결과 이런 태움 문화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11개 병원 모두 이른바 ‘공짜 노동’을 강요하는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24일 고용부에 따르면 서울의 종합병원 4곳에서 일하는 간호사 13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환자들과 함께 있는 장소에서의 인격 모독 △선배 간호사의 지속적인 폭언 등 간호사들의 태움 관행이 상당수 확인됐다.

또 병원 11곳 모두 연장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공짜 노동’을 시켜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병원은 간호사들의 조기출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방법으로 263명의 연장근로수당 1억9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병원도 있었다. 11개 병원이 체불한 임금은 총 62억9100만 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11개 병원에서 37건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 가운데 3건은 정식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이른바 ‘빅5’라 꼽히는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들은 이번에 근로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1차 감독 후 자율개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만 이번 감독 대상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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