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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스웨덴, 中 부패사범 중국에 인도 거부…"홍콩 시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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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훙웨이 사건·홍콩 시위 후 中 사법 시스템 불신 커져"

연합뉴스

홍콩 경찰본부 앞에 모여든 '송환법' 반대 시위대
(홍콩 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21일 경찰본부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날 저녁까지 홍콩 학생조직 등이 내건 '송환법 완전 철회' 등 4대 요구사항을 홍콩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홍콩 시민들은 이날 정부청사와 홍콩 의회인 입법회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leekm@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거센 가운데 스웨덴 대법원이 중국인 부패 사범을 중국 측에 인도하길 거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스웨덴 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열린 범죄인 인도 심리에서 중국 정부가 인도를 요청한 차오젠쥔에 대한 석방 결정을 내렸다.

중국 후난(湖南)성 곡물 저장 시설의 책임자였던 차오젠쥔은 지난 2011년 11월 해외로 도피해 7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6월 스웨덴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 정부는 그가 수백만 달러어치 공금을 횡령했다며 그의 인도를 요청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반부패 사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으며,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 체포에 열을 올려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이후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오른 해외 도피 부패 사범 100명 중 5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차오젠쥔 체포를 해외 도피 사범 체포의 모범 사례로 선전해왔다.

중국과 스웨덴은 범죄인인도협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는 유엔부패방지협약에 따라 차오젠쥔의 인도를 요청했다. 그가 인도되면 이 협약에 따라 해외 도피 부패 사범이 중국에 인도된 첫 사례가 된다.

차오젠쥔의 변호사는 "스웨덴 대법원이 정부와 협의하는 단계가 남아있지만, 이번 예비 결정은 그들이 중국 정부의 인도 요청을 거부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며 "홍콩의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불러들이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홍콩에서는 대규모 송환법 저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정치학자 우치앙은 "스웨덴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중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멍훙웨이 사건과 홍콩 시위는 중국의 해외 도피 부패 사범 체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의 첫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였던 멍훙웨이(孟宏偉)는 지난해 9월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의 자택을 떠나 중국으로 출장 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멍훙웨이의 부인은 그의 체포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멍훙웨이 부인과 자녀 두 명의 망명을 허가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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