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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 "이란내 3곳 타격 명령…인명피해 너무 커 10분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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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왼쪽부터)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보복 군사 작전을 승인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것으로 트위터에 공개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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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일(현지시간) 자국 드론을 격추한 이란에 보복 공격을 하려다 급작스럽게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이란 간 군사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과 중동 주둔 병력 증강, 잇단 유조선 피격 사건, 이란의 미군 드론 격추 등으로 긴장감이 고조돼 폭발 직전까지 다다랐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란 보복 공격이 완전히 중단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멈춰진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론을 공격한 이란을 비난하면서도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 고위급 국가 안보 관료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선호하고 있어 미국·이란 간 군사 충돌 위험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밤 걸프국가 오만을 통해 이란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면서 이란에 대한 미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의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는 우리에게 아주 짧은 시간을 줬다"며 "이란 측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결정에 달렸다고 반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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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미군 드론의 추정 잔해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 드론을 격추하자 20일 오전 10시 15분 트위터에 "이란이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올렸다. 이날 정오께 백악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기 전에도 기자들이 이란의 드론 격추에 대해 묻자 다시 한번 이란이 실수를 했다고 말하며 "무인기는 명백하게 공해상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드론 격추가)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믿기는 어렵다"며 "헐렁하고 멍청한 누군가가 저지른 실수라고 느낀다"고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였다. 이란을 공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격추된 게 드론이라 다행히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으며, 만약 사람이 타고 있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행정부와 의회 여야 지도부, 상·하원 정보위·군사위 소속 의원들을 백악관 상황실에 불러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책을 들었다. 회의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 등 백악관 국가 안보 관료들은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다. 우리는 (중동) 지역에서 악당 역할을 하는 나라를 상대하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을 해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도 중동에 배치된 미군이 위험해질 수 있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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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는 이날 트뤼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나는 끝없는 전쟁에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나가고 싶다"면서 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지에 주둔한 미군 감축을 희망했다. 또 참모들이 전쟁을 독촉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란은 미국 드론을 격추한 것에 대해 자국 책임이 없으며 미국이 자국 영공을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드 타흐트 라반치 유엔주재 이란 대사는 이날 이란의 미국 드론 격추가 이란 영공 침범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을 담은 서한을 유엔 사무총장과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냈다. 이란 대표부 대변인이 공개한 라반치의 서한에서 그는 "(드론이 이란 영공을 침범해) 계속 전파 경고를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비행을 멈추지 않았다"며 "유엔 헌장에 따라 자위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이란 영공 침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이 강경하게 나오자 미 연방항공청(FAA)은 자국 항공사에 호르무즈해와 오만해의 이란 영공을 통과하는 노선 이용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FAA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 주변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과 국제공역에서 경고조차 없이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이란의 태도를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브리티시항공, 네덜란드의 KLM, 호주의 콴타스항공, 싱가포르항공 등도 현시점에서 이란 상공 비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자사 비행기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지 않도록 노선을 조정했다.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더 고조될지 아니면 다소 누그러질지는 유럽연합(EU)이 오는 2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하는 이란 핵합의 당사국 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U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에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미국을 제외하고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러시아, 이란 등 핵합의 서명국의 고위급 대표가 참석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유럽 국가들 협조 없이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5.4% 급등한 56.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8월물 브렌트유도 2.63달러 상승한 배럴당 64.45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그룹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헨리 롬은 CNBC방송에서 "국지전이 발생하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고, 중대한 분쟁이 발생할 때는 15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도 6년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은 한때 온스당 1410.7달러까지 올라 2013년 9월 이후 최초로 1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또 다른 안전 자산인 달러의 매력이 떨어져 금 수요가 오른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가 이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김제관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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