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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北 인권침해 기록 '영구보존'… "통일 되면 감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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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北인권기록보존소 운영규칙 개정 / 자료 보존 기간, 10년 → 원칙적 영구보존 / 백태웅 "北 형사사법 정의 실현에 애써야" / 가해자들, 통일 후 엄중한 형사책임 질 듯

세계일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성추행 등 인권침해 사례가 담긴 기록이 영구히 보존된다. 기록 속에 신상정보가 뚜렷이 특정된 일부 가해자는 통일 이후 엄한 책임 추궁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규칙을 일부 고쳐 북한 인권 기록 관련 자료를 영구히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이날자 관보에 게재했다.

기존에는 ‘원칙적으로 10년 동안만 보존하되 영구 보존 필요가 있는 경우 영구 보존 자료로 지정해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10년 보존’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영구 보존’도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개정 규칙은 ‘영구 보존’이 원칙이고, 영구 보존 필요성이 크지 않은 자료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보존 기간을 10년으로 지정하되 이 또한 상황 변동 시 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북한 인권 기록 관련 자료의 멸실을 방지하고 활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2016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로부터 지난달까지 총 1124건의 북한 인권 기록 관련 자료를 이관받아 보존·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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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개소식에서 참석자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법무부 제공


특히 올해 들어 4월까지 이관받은 북한 인권 기록 관련 자료는 1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2건보다 무려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인지도와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여러 차원에서 북한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관련 정보를 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중 접경지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집결소(강제로 송환된 탈북자 등을 임시로 가두는 구금시설), 교화소(교도소), 관리소(정치범 가족 등을 수용하는 시설)에서 모월 모일 모시에 이뤄진 성폭력 및 그에 대한 조직적 은폐 등 구체적 범죄 행위를 상세한 기록으로 만들어 남기는 식이다.

미국 하와이대 로스쿨 백태웅(56) 교수는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창설 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중요성을 강조, 눈길을 끌었다.

백 교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모은 정보를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과 형사사법적 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서 형사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결코 미룰 수 없는 현실적 과제”라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서에 있는 자료 중 인권침해 실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고 가해자 신원 또한 특정되는 것들은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통일이 된 뒤 책임자 수사 및 처벌의 근거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규칙 개정을 통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등 인권침해 사례가 담긴 기록을 영구 보존하게 된 만큼 그간 북한 내 여러 곳의 집결소, 교화소, 관리소 등에서 일하며 인권침해를 저지른 이들이 통일 후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특히 북한 인권침해 관련 기록에 신상정보가 뚜렷이 특정된 일부 가해자는 통일 후 수사와 재판은 물론 공직 임용 배제 등 엄격한 책임 추궁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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