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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北 찬양' 혐의 무죄… 법원 "국가가 595만원 보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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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北 체제선전물 복사해 인터넷에 올린 행위만으론 국가보안법 위반 안 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경북지역 시민단체 간부가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수백만원의 형사보상금도 받게 됐다.

20일 통일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상윤)는 최근 박모(55)씨에게 국가가 형사보상금으로 59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확정했다.

형사보상이란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으나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한테 국가가 ‘사죄’의 의미로 그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쓴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해주는 제도를 뜻한다.

박씨는 경북 안동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에서 정책실장 등을 맡아 활동하며 오랫동안 통일운동에 앞장섰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6월 국보법 위반 혐의로 그만 재판에 넘겨져 법정에 섰다. 당시 경북지역의 한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던 박씨한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공안당국이 그에게 제기한 혐의는 국보법상 찬양·고무죄였다. 2006∼2011년 인터넷 카페에 북한 당국의 체제선전 내용이 담긴 문건, 사진, 동영상 등 이적표현물을 올렸다는 것이다.

박씨에 대한 공안당국의 수사는 이명박(MB)정부 시절인 201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안당국 요원들이 이적표현물을 찾겠다며 박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으나 법원이 기각했다.

수사 착수 2년 만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1·2심을 거쳐 무죄가 최종 확정될 때까지 무려 6년 가까이 검찰과 법정공방을 벌여야 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 측 변호인은 “공안당국이 문제 삼은 게시물 대부분은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발표한 것으로 국내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다시 올린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그렇더라도 이적표현물은 이적표현물”이란 논리로 맞섰다.

하급심은 박씨 주장을 받아들여 1심(2015년 7월)과 항소심(2017년 2월) 모두 무죄를 선고했고 이게 그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박씨가 인터넷에 올린 문건, 사진, 영상물 등 게시물은 이적표현물로 볼 수 있으나 단순히 게시물을 복사해 인터넷에 올린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 기본질서 등에 어떠한 해악이나 위협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보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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