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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북한 목선 귀순…"나사 풀린 육해군·해경 감시·정찰망 모두 뻥뚫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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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주장···“군 거짓말도 나쁘다” 강력 비판

세계일보

지난 15일 강원 삼척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북한 어선(빨간 동그라미). 북한 어선의 삼척항 진입과정은 CCTV에 포착돼 공개됐다. 강원 삼척항 CCTV 캡처


지난 15일 강원 삼척항에서 발생한 이른바 ‘휴대전화 귀순’을 두고 “대한민국 안보는 군(軍)이 아닌 어민이 지킨다”는 정치권 비난이 거센 가운데,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올 당시 우리 군이 사실상 경계하지 않았다며 군 당국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상 경계 아예 하지 않아…군, 처음부터 거짓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해상 경계 실패라기보다 (아예) 경계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해군 고속정·초계함·구축함으로 이어지는 경계라인과 해상초계기, 육해군 지상 감시 레이더, 해경·해양수산부의 폐쇄회로(CC)TV가 모두 뻥 뚫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해역에 어선 400여척이 활동 중인 것을 인지하고 평소보다 조밀하게 감시 능력을 증강했다”며 “그런데도 동해상이 워낙 넓어 감시 정찰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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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선이 정박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삼척항 부두 맨 끝. 연합뉴스


신 대표는 높은 파도로 북한 어선을 볼 수 없었다는 해명에 기상청 자료 분석 결과를 제시한 뒤, “(귀순 당일) 삼척 인근 바다 유효 평균 파고는 0.2m, 즉 20cm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민들은 파고 20cm를 바닥에 까는 ‘장판’이라고 부른다면서, 그만큼 파도가 없는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엔진을 끈 채 어선이 표류했다는 군 당국 발표에는 ‘국립해양조사원 해류도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요즘은 남동풍이 불어 해류가 포항에서 빠른 속도로 북한 원산을 향해 올라간다”며 “어선이 표류했다면 함흥에서 내려와 일본으로 가는 물살 때문에 우리나라로 올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엔진도 켜고 온 것이냐”는 진행자 물음에 “그렇다. 군이 애초에 거짓말을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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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삼척항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있다.


◆“CCTV 누구도 안 봤을 것…남북대화무드에 나사 풀려”

삼척항 인근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 포착된 배를 남측 어선으로 판단했다는 해명에 신 대표는 “크기가 작아도 ‘자기 위치 송신 시스템(AIS)’을 하도록 국제해상기구에서 규정한다”며 “AIS 없는 배가 레이더에 뜨면 수상할 텐데도 ‘잘 몰랐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삼척항 도착 후 밤을 보낸 선원이 해경 CCTV에 포착됐을 텐데도 누구도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속된 항구 색상 깃발 없이 새벽에 들어온다면 눈여겨 봤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남북대화무드로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지적한 신 대표는 “(군 내부의) 나태한 분위기를 들키지 않으려 조직적으로 거짓말한 자체가 더욱 나쁘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인 4명 중 2명만 귀순한 상황이 이례적이라면서, 그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을 거라고 봤다. 1968년 울진과 삼척 등지에 무장공비 120명이 넘어왔던 트라우마를 여전히 주민들은 떨치지 못한다며, 넘어온 사람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삼척항에서 40㎞ 떨어진 울진 원자력 발전소에도 큰 타격이 있었을 거라고 신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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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합동조사팀은 사건 경위와 군 경계태세, 목선 발견 시점과 이후의 대응을 남김없이 조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결과는 국민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잘못한 사람들은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경계체계 등의 문제를 신속히 보완해 그런 잘못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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