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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가드닝도 무용도 미술관에서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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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로 떠오른 미술관들
한국일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시민들이 DMZ 습지식물에 대해 공부하고 붓꽃을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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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284. 남녀노소 15명이 두 손에 묵직한 화분과 삽, 이끼, 돌멩이를 들고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의 조혜령씨 안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공부하고 그 중 붓꽃을 직접 심어 보는 교육프로그램 ‘DMZ식물 가드닝’ 현장이었다. 프로그램은 문화역서울284에서 하고 있는 DMZ 전시와 연계돼 있다. 생전 처음 식물을 심어보는 어린이도, DMZ를 직접 들여다 본 적 없는 어른들도 한껏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참가자는 “DMZ 관련 사진, 그림 등을 관람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직접 DMZ 식물을 다뤄보는 남다른 경험을 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반겼다.

미술관들이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한편 연령과 취향이 점차 다양해지는 관람객의 발길을 더욱 이끌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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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중 치매환자와 가족이 작품 감상을 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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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니어 맞춤 프로그램을 통해 노년층을 적극 끌어 안는 미술관이 많아졌다. 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지만 미술관을 찾는 노년층 비중은 쉽게 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지난 4월 김선주 무용가가 주도하는 ‘소프트 카오스: 공간 상상’ 전시와 연계해 시니어 대상 ‘몸으로 그리는 그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미술관 인근 도봉노인종합복지관과 협력해 신체 활동과 미술관 방문이 쉽지 않았던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모아 신체로 작품을 형상화해 보는 식의 내용이 담겼다.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문화 교육에 소외된 계층을 위한 기회도 마련된다.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2015년부터 매년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꾸리는 중이다. 1회로 끝나는 단기 프로그램에서부터 4, 5회짜리 장기 프로그램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오래된 오브제를 모아 작품을 만드는 최정화 작가 전시에 맞춰 일상의 물건에 얽힌 기억을 회상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5년 간 해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치매 환자, 가족만 684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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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소프트 카오스: 공간상상'전 연계 시니어 무용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전시장의 도형을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북서울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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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프로그램이 정식 교육기관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대림미술관은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생 등을 위한 ‘찾아가는’ 외부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학교나 아동ㆍ청소년 기관으로 에듀케이터(미술교육자)를 파견하고 있다. 각 기관의 수요에 맞춰 교과 연계 프로그램 혹은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80~100분 동안 교육하는 방식이다. 학교 수업을 준비 하는 교사, 자녀 양육에 영감을 받고 싶어 하는 부모를 위한 교육 워크숍 기회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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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문화역서울284에서 한 어린이가 DMZ 습지식물 중 하나인 붓꽃을 심고 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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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만큼이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미술관 내 관련 인력 규모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현은 미술관교육 사업을 본격 시작한 2003년 1명뿐이던 교육업무 전담 직원을 현재 26명까지 크게 늘렸다. 서울시립미술관도 교육 전담 큐레이터와 코디네이터 9명, 대림미술관은 6명을 두고 있다. 홍해지 국현 에듀케이터는 “현재 국현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만 100가지가 넘는다”며 “미술관이 단순 전시 플랫폼을 넘어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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