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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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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기름진 음식 삼가도 콜레스테롤↑ 유전 질환 검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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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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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음식을 싫어하고 소식을 하는데도 콜레스테롤이 높게 나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수치가 높게 나오는 걸까. 사실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중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약 25%다. 나머지는 간에서 만들어진다. 이 콜레스테롤은 ‘지단백’이라는 입자를 타고 혈액 속을 돌아다니는데, 결국 간으로 돌아와 배설된다. 이때 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 ‘LDLR’(저밀도지단백 수용체)인데, 콜레스테롤 배출을 위한 하수도의 입구라고 할 수 있다.

FH 환자는 이 LDLR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LDLR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 하수도 입구가 막혀 콜레스테롤이 배출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축적되고 떠다닌다. FH는 유전 질환인데, 전체 인구 500명 중 한 명꼴로 발견된다. 유전 경향이 강하고 우성 유전을 따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사람만 병이 있어도 자식 중 50%가 물려받는다.

이렇게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FH로 진단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10배 정도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FH가 있으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 혈관이 고농도 콜레스테롤에 평생 노출되기 때문에 남들보다 혈관 질환이 20년 이상 빨리 생긴다. 피하조직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돼 몸 곳곳에 피부 돌출이 생길 수 있고 힘줄이 두꺼워지거나 튀어나올 수 있다.

다행히 스타틴이라는 고콜레스테롤 혈증(고지혈증) 치료제가 1980년대에 개발돼 지금까지 30여 년간 수차례의 검증을 거쳐 ‘심혈관 질환 예방에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FH 환자도 스타틴을 복용하면 혈액 내 콜레스테롤 양과 심장병 위험이 상당 수준 줄어든다.

단 FH 환자는 남들보다 콜레스테롤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의 50% 정도를 약으로 줄여 심장병 위험을 낮춰도 여전히 다른 사람보다 심장병 위험이 높을 수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환자에 따라 스타틴과 같은 보편적인 약 외에 최근 개발된 신약을 추가로 써서 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기도 한다. 물론 환자 스스로 식생활 조절, 운동, 적절한 휴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울러 가족들의 혈액검사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FH로 진단될 경우에는 부모·형제·자식도 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워야 심각한 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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