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리스 '온 더 퓨처'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1960년대에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마시멜로 실험'이라는 유명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주면서 곧바로 먹으면 1개, 15분 기다리면 2개를 먹을 수 있다고 선택권을 줬다.
심리학자 월터 미셸은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을 15년 후 다시 만났다. 미셸 박사는 만족을 늦춰 마시멜로를 2개 먹은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성공한 어른이 됐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 마틴 리스는 신간 '온 더 퓨처'에서 지금 세계가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가 미래를 멀리 내다보지 않고 즉각적인 만족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지구의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영국 상원의원, 왕립학회 회장 등을 지낸 저자는 1995년 제15대 영국 왕립 천문학자로 임명됐다. 이는 당대 단 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종신 명예직이다.
천문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우주 개발 등으로 범위를 좁히지 않고 기후와 환경 변화, 핵과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 인류의 미래를 바꿀 과학기술을 폭넓게 논한다.
단순히 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과학기술과 인류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전문가가 장밋빛 전망을 설파하거나, 반대로 재앙과 멸망을 확신한다.
반면에 저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신중한 낙관론을 펼친다.
그는 "나는 과학자이자 걱정 많은 인류의 일원으로서 이 글을 쓰고 있다"며 인류가 과학기술 향배를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눈앞의 이익만 따지는 단기적 사고, 이분법적 논쟁, 공포를 부추기는 현란한 말에 속지 말고 기술과 과학을 현명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할 재앙은 인류 자신이 일으키는 것들이다.
그는 "사실 판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과학은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인류가 얻는 것도 많아지지만, 그에 따르는 재앙과 피해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신기술이 없었다면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준 것 중 상당수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기술의 방향을 현명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기술의 현명한 목표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의학 발전, 첨단 기술을 이용한 식량 생산 등을 들었다.
다만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며 '신기술의 약속과 위험 사이의 긴장'이 생긴다. 단점을 피하면서 혜택을 얻는 것이 인류의 도전 과제다.
과제 앞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중요한 결정을 과학자들이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에너지, 건강, 식량, 로봇, 환경, 우주 등에 대한 결정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며, 더 폭넓은 공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만이 아니라 훨씬 먼 어딘가에 있을 생명을 위해 장기적이고, 합리적으로, 세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멀리 내다보자고 요청한다.
더퀘스트. 이한음 옮김. 29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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