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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프리즘]고유정과 사이코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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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이번엔 고유정이다. 엽기적인 시신 훼손 방식과 치밀한 범행 준비, 친아들이 있는 장소에서의 살인 등 범행의 과감성은 유사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당연히 비판 여론도 높다. 그러나 관련 사안을 지켜보며 고유정에게 ‘사이코패스’라는 비판 또는 비난이 가해지는 것에 대해선 동의키 어렵다. 정신병질에 해당하는 ‘사이코패스’는 결국 그의 형량을 낮추는 기제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사이코패스로 판명될 경우 자칫 감옥보단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기자가 보기에 고유정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범행은 잔인했지만 그의 행동에는 일관된 이유가 있었다. 고유정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현재 남편과의 관계 단절이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고유정은 재혼한 현재의 남편과 최근 다툼이 잦았다. 이유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 대해 법원이 ‘전 남편에게 아들을 보여주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면접교섭권을 법원이 전남편에게 준 것이다.

현재의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고유정이 자신에게 ‘아이를 전 남편에게 보여주지 않겠다. 전 남편을 만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로 아이를 보여줘야 하게 됐고 전 남편도 만나야 될 상황에 이르자 고유정은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살인을 계획한 것이다. 범죄심리 전문가 이수정 교수는 “애착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배우자에게 과도하게 집착해 심지어 살인도 한다. 사이코패스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 역시 ‘고유정은 정신질환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가 사이코패스가 아닌, 또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어아 하는 이유는 또있다. 감경 사유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의 정식 명칭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이다. 병이자 질환이다. 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고, 범죄는 감옥에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안이다. 고유정이 사이코패스라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확정될 경우 고유정은 남은 여생을 감옥보다 병원에서 더 오래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 법감정과 법원이 판단하는 실제 형량 사이에는 종종 큰 차이가 난다. 대표 사례는 음주범행이다. 일반적으로 술은 나쁜 것이다. 술을 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더 나쁜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술이 나쁜 것은 술 마신 본인의 건강에 나쁜 것이고, 범행을 저지른 것은 타인에게 해를 가했기에 처벌을 받는 것이다. 둘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주취감경에 대한 일반 이해도 역시 낮은데 여기엔 오랜 법철학의 산물인 ‘자유의지’가 놓여있다. 통상은 자유의지가 낮은 상태를 ‘심신미약’이라 칭하기도 한다.

또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두순을 사형하라’는 주장의 부적절성이다. 조두순으로부터 끔찍한 피해를 입은 ‘나영이(가명)’는 다행히도 살아 남았다. 만일 조두순이 사형에 처해질 경우, 논리적으로만 보면 추후 발생할 강간범들은 강간보다는 살인을 저지를 개연성이 커진다. 살아남아 치료를 받는 피해자보다, 말없는 시체가 범죄자의 형량이 낮아지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 이는 조두순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그가 사형에 처해져서는 안되는 이유기도 하다.

홍석희 사회섹션 사회팀장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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