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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범행 동기·시신 행방 오리무중…고유정, 얼굴공개·현장검증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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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 결정에도 소극적 대응한 경찰 / 얼굴 가린 채 나온 고유정, 취재진 접근·질문 제지 / '피의자와 변호인 반발에 몸 사린다' 지적

세계일보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6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와 고개를 푹 숙인 채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에 대한 신상공개 결정에도 얼굴이 노출되지 않고, 범행 현장인 펜션 현장검증도 불발됐다.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인데도 고유정의 동선과 범행 동기 등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어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지난 5일 제주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고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공개를 결정했지만 오히려 경찰 스스로 얼굴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고씨는 6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진술을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노출됐지만, 머리카락을 풀어 내리고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렸다. 조사는 오후 4시30분쯤 마쳤지만 변호인의 신상공개 집행 정지 신청 예고와 고씨의 강한 거부 의사 등으로 2시간 여 동안 설득 끝에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씨가 경찰서내 이동 중 적극적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경찰이 사실상 용인해 주면서 얼굴 공개가 경찰 수사단계에선 제대로 안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경찰의 호송 속도도 빨랐고, 취재진의 접근과 질문도 제지했다. 경찰이 향후 고씨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다시 얼굴공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검찰 송치 이후에나 얼굴 공개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이 피의자 신상공개 근거규정인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해당 조항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이 피의자와 변호인의 반발에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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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6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채 유치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고유정 동선 파악도 못해…범행동기·시신행방 오리무중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일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고씨를 긴급체포한 지 일주일이 지난 7일까지도 고씨의 범죄와 관련한 이동 경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확인한 고씨의 행적을 보면 고씨는 지난달 18일 배편으로 자신의 그렌저승용차를 갖고 제주에 들어왔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전 남편 강모(36)씨, 아들과 함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강씨와 함께 펜션에 입실한 당일 밤 아들이 잠든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전 남편 강씨가 자신에게 위협을 가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지난달 27일 해당 펜션에서 퇴실했으며, 다음날인 28일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30장과 여행용 가방, 비닐장갑 등을 구입하고, 오후 8시 30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고씨가 제주로 들어오고 나서 일주일 여인 지난달 25일 범행을 저지르기 전까지 피의자 행적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고씨가 제주에 입도한 뒤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시일 역시 특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펜션에서 퇴실하고 이튿날 제주를 빠져나가기 전까지의 피의자 동선도 안갯속이다.

범행동기와 피해자 시신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고씨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프로파일러 5명을 투입해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애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고씨 진술 등으로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높은 제주∼완도행 여객선 항로 해상, 완도항 인근 도로변, 경기 김포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여태껏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수사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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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여)이 사체유기에 사용한 차량이 제주동부경찰서에 세워져 있다. 뉴시스


◆경찰, “현장검증 실익없어”…“니코틴 등 약물 검출되지 않아”

수사 진척이 지지부진함에도 경찰은 피의자 진술의 정합성을 따져보고, 의혹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절차인 현장검증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범행 장소로 이용된 펜션에서 현장검증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다만,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혈흔으로 약독물 검사를 한 결과 니코틴 등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혈흔 형태 분석 전문가 등을 투입해 현장에 남아있는 비산된 혈흔 형태를 분석, 어떤 범행이 벌어졌는지 추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과 도출까지는 2∼3주 소요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지속적으로 우발적 살인을 주장해 현장검증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현장검증을 지양하고, 불가피하게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실시하라는 경찰청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피의사실 공표죄와 남겨진 가족의 명예와 사생활을 고려해 구체적 범죄 내용이나 동선 등에 대해서 정확히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며 “또 경찰청 차원의 지침이 무리한 압수수색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현재는 시신 수색과 범행동기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 고유정을 구속영장 만료기한인 오는 12일 검찰에 송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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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족 “사형선고 해달라” 국민청원

피해자 유가족은 7일 오전 ‘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고유정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에 국민 청원을 올렸다.

유가족은 ‘살아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결과는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더 참혹하고 참담했다”며 “이제 죽음을 넘어 온전한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그러면서 고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했다.

유가족은 “성실히 납부하는 국민의 세금으로 (고씨에게) 쌀 한 톨 제공할 수 없다”며 “인간으로서 한 생명을 그토록 처참하게 살해한 그녀에게 엄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 사회에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또 “부디 하루빨리 시신을 수습해 가족 품으로 돌려 달라”며 “피해자가 편히 눈 감을 수 있도록, 제 가족이 억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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