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시민사회계·정계 일각에서 일제히 '면죄부 수사', '제식구 감싸기' 비판 쏟아져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장(청주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의혹’과 ‘남산 3억원 및 신한은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과거 수사했던 검찰과 고위 검찰 관계자들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내린 것과 관련해 ‘제 식구 감싸기를 통한 면죄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학의 사건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조사 2부(노만석 부장검사)는 각각 맡은 사건의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부실수사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김학의 사건에 대한 과거 검찰의 봐주기 의혹과 관련해 “(2013년에 수사한) 전·현직 검사 8명을 총 12회 조사하고, 객관적인 자료 확보를 위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압수수색했다”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 부실수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 엄격히 조사하려면 강제수사를 해야 하는데 (직무유기-공소시효 5년)이 남아있지 않다”며 “공소시효 문제가 있을 경우 (부실수사 의혹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과거사위가 6일 전인 지난달 30일 수사권고한 윤중천과 검찰 고위 관계자의 유착 의혹인 ‘윤중천 리스트’에 대해서도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 등 직권남용 혐의의 수사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김 전 차관이 이번에는 뇌물죄로 구속기소 됐는데, 과거 수사팀이 뇌물죄를 묻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고 질문하자, 여 단장은 “(과거 수사) 당시 여성들이 성접대를 주장한 게 아니라 강간피해를 당했다고 주장을 하고, 대가성을 못 찾아 성접대를 뇌물죄로 묻지 못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
검찰은 남산 3억원의 경우에도 과거 수사에 대해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2010년 9월~12월 수사 당시 검찰이 남산 현장검증과 대질조사 등을 실시했으나 ▲이백순 전 은행장이 이를 강하게 부인해 진척이 없었던 점 ▲당시 2년 6개월이 지나 통화내역 조회가 불가능했던 점 ▲이 전 행장 등 주거지 및 이동식저장장치(USB)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점 등을 들어 미진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찰은 "이희건 당시 명예회장이 2010년 봄부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폐렴 등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등 건강 문제로 인해 수사 당시 사실상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확인됐다"고도 당시 검찰이 이 명예회장을 수사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법조계·시민사회계·정계 일각에서는 “셀프 수사의 한계”, “예측된 결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한 발표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비판에 날을 세웠다. 참여연대는 김 전 차관 수사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고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만 기소했을 뿐”이라며 “검사는 무혐의라는 셀프 면죄부로 점철돼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해 과거 기소하지 못한 혐의를 확인해 구속기소를 결정했다”며 “부실 수사도, 봐주기 수사도 아니었다면 왜 당시에는 혐의를 찾지 못했던 것인가. 무능했던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또 “수사단은 사건 초기 경찰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며 “과거 수사 결과도, 오늘의 수사 결과도 결국 국민이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은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전 차관 사건과 남산 3억원 사건에 대해 “두 사건 모두 관련자들의 진술에 협조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해 당시 검찰 수사에 난항이 있었을 수는 있다”면서도 “재수사를 통해 권고 이외의 혐의까지 포함해 기소를 할 정도로 사건에 열을 올린 것과 비교해보면 검찰 과오에 대한 수사는 미온적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