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1만5000대 출범…‘카카오’ 측과 경쟁서 충분한 승산 판단
면허 대여 딜레마에…플랫폼 업체에 협력과 독립으로 나뉠 듯
서울개인택시조합은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1만5000대 규모의 자체 플랫폼 택시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다음달까지 조합 산하 각 지구에서 우수 택시기사 5000명을 뽑는다. 또 플랫폼 기술을 제공할 정보기술(IT)·대기업 사업자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국철희 이사장은 “T맵, 카카오, 우버 등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현대자동차 등 차량 제조사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체 플랫폼 택시가 카카오 측과 택시 4단체가 논의하고 있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등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조합원 중심으로 운영돼 교육·유지·관리가 잘되고, 현재 실시되는 중형택시 중심의 서비스여서 가격을 대폭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5만명 중 각자의 희망에 따라 카카오와 택시 4단체의 서비스에 참여할 수도, 자체 플랫폼 택시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택시업계가 자체 플랫폼 택시를 내놓는 배경에는 ‘면허 대여의 딜레마’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와 택시 4단체가 논의하는 안은 택시회사에서 기사를 고용하지 못해 영업을 하지 않는 면허(유휴면허)와 초고령 개인택시기사의 면허를 카카오가 활용하는 형태다. 택시노조는 카카오가 택시 면허를 임차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 택시기사의 노동권이 악화된다며 임대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면허를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을 수 있는 택시회사와 개인택시, 관리 편의를 추구하는 카카오는 면허를 빌리는 안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회사와 개인택시가 받는 면허 대여료는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택시업체는 우려한다. 플랫폼 업체가 차량과 기사를 관리하고 택시회사와 개인택시가 면허 대여료만 챙기는 형태가 장기화되면, 택시 면허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당장 대여료라는 수익을 얻지만, 장기적으론 택시 면허를 무용지물로 만들게 되는 셈”이라며 “이 경우 운송사업의 주도권은 플랫폼 업체가 장악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개인택시조합 측이 자체 플랫폼을 내놓는 배경은 면허 대여의 딜레마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며 “개인택시 뿐 아니라 법인택시도 자체 플랫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향후 플랫폼 택시는 카카오, 타다 등 플랫폼 업체 밑에서 택시기사가 일하는 형태, 개인 또는 법인 택시가 자체 플랫폼을 이용하는 형태로 나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다 ‘타다 베이직’처럼 자체 기사를 운영하는 업체가 가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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