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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살려달라 외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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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 사고 순간 증언

“갑판 20명, 선실에 10여명

큰 배 봤지만 추돌 예상 못 해

떠내려온 물병 잡고 버텨”

경향신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에서 생존자들이 30일 오전(현지시간)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대사관 지원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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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밤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타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처절했던 사고 순간을 얘기하며 고통스러워했다. 생존자 7명 중 병원에서 퇴원해 부다페스트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4명은 30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어둠 속에서 물에 빠진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고 외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모씨(31)는 사고 당시 갑판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했다. 갑판에는 사진을 찍거나 하선을 준비하는 관광객 약 20명이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은 아래쪽 선실에 모여 있었다. 정씨는 “물살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이 떠내려가는 순간에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정씨는 “큰 크루즈선이 접근하는 걸 봤지만 설마 그 유람선이 그대로 우리 배를 들이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큰 유람선은 한국 관광객이 탄 유람선에 살짝 부딪친 뒤 다시 강하게 추돌했다는 게 생존자들의 증언이었다. 윤모씨(32)는 “순식간에 배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침몰했다”면서 “갑판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물에 빠졌고, 1층 선실에서 쉬던 사람들은 아마 배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구명조끼를 보지도 못했지만, 있었다고 해도 사고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 입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씨와 윤씨는 튜브에 매달려 조금씩 떠밀려 가면서 사람들의 머리가 수면 위로 오르내리는 걸 목격했다고 했다.

안모씨(60)는 “저녁 8시쯤 출항해 1시간 정도 야경 유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귀항을 몇분 남기지 않고 출발한 지 몇분 안된 바이킹 선박이 추돌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의 다른 유람선에 탄 선원이 내민 손을 간신히 붙잡고 안도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안씨는 “손을 계속 붙잡고 버티려고 했지만 미끄러져서 결국 떠내려갔다”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떠내려온 물병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여행사가 폭우 속에서 일정을 강행한 데 의문을 나타내면서, 사고 후 구조체계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유람선 투어 출발 전 사고 시 대처요령 등 안전 정보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그렇게 많은 관광객이 야간 유람선을 타는데 사고 대응체계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면서 “뒤늦게 나타난 구조대는 나처럼 구명튜브를 잡은 사람들이나 다른 유람선 선원이나 관광객이 붙잡고 있었던 분들을 건져내기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생존자들은 특히 사고 선박과 부딪친 대형 크루즈선이 사고 이후 구호조처도 없이 계속 같은 방향으로 운항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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