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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헝가리 유람선 참사] “제발…” 다뉴브강엔 절규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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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서 한국인 33명 탄 유람선, 크루즈에 받혀 침몰… 7명 사망ㆍ19명 실종

文대통령 “구조활동 자원 총동원”… 강경화 장관ㆍ정부 대응팀 39명 급파
한국일보

저녁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하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30일 구조 및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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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29일(현지시간) 한국 관광객들이 야경을 보기 위해 빌려 탄 유람선이 대형 크루즈선에 들이 받힌 뒤 침몰해 7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됐다. 참사 당시 현지에 몰아친 강한 비바람 때문에 10여명이 선실 내부에 있었다는 생존자 증언을 감안할 때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조 활동에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국영 M1방송을 비롯한 헝가리 현지 매체와 로이터ㆍ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운항하던 유람선 허블레아니(인어)호가 이날 오후 9시5분쯤 머르기트다리 인근에서 대형 크루즈선에 후미를 들이 받힌 뒤 7초만에 침몰했다. 침몰한 유람선에는 ‘참좋은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을 하던 관광객 30명과 인솔자 1명, 현지에서 합류한 가이드 2명 등 한국인 33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 등 총 3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관광객은 가족단위 9개팀으로 대부분 40∼50대이고 6살 어린이와 70대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

아드리안 팔 헝가리 경찰 대변인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7명은 전원 한국 국적이며 행방을 알 수 없는 실종자는 21명”이라며 “침몰한 유람선 인양에 수일이 걸릴 수 있으며 선체 내부에 시신이 있을지에 대해선 확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은 이번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 전환해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헝가리 구조당국에 따르면 탑승했던 33명 한국인 가운데 14명의 한국인이 구조됐지만 이 중 7명이 숨졌고 나머지 19명은 실종 상태다(30일 오후 7시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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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위치.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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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추후 밝혀지겠지만 현지에선 기상 악화로 시계가 흐려졌고 거센 물살로 선박들의 정상 운항이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현지 교민 김희선씨는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렸고 특히 사고 전에는 폭우가 쏟아져 물살도 상당히 셌다”면서 “이럴 때는 대부분 운항을 잘 안하는데 ‘이상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현지 여행 경험이 있는 네티즌들은 구명조끼 미지급과 70년된 노후선박의 무리한 운용 등 안전불감증을 거론했다.

헝가리 구조당국은 사고 직후부터 현장을 통제하고 이틀째 수색ㆍ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강한 비바람과 빠른 물살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다뉴브강의 수위가 0.5m만 더 높아지면 배를 띄울 수 없다고 선사들이 고지를 한 상태”라고 전했다. 헝가리 소방당국 대변인은 사고 발생 10여시간이 지난 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말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갑판에 20여명이 있었고 나머지 10여명이 1층 선실에 있었던 만큼 실종자 중 상당수가 침몰된 유람선 내부에 갇혀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유람선 사고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대책본부를 구성했고 주헝가리대사관도 영사 지원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구조 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강 장관은 현지에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기 위해 이날 밤 헝가리로 향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활동에 참여했던 심해잠수요원 9명이 포함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39명도 순차적으로 출국했다.

양정대 기자, 박지윤 기자, 김정원 기자, 배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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