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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대형 크루즈선 갑자기 방향 틀어…관광객들 “설마 했는데 그대로 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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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정박 직전 크루즈선이 후미서 ‘쾅’ … 순식간에 침몰/ 다리 쪽 향하다가 갑자기 방향 틀어 / / 현지 경찰, 추돌 크루즈선 조사나서 / “탑승전 구명조끼 착용 안내 안해” / 현지 안전불감증 피해 더 키운 듯



세계일보

29일(현지시간)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의 침몰 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 피해가 컸다. 사고 발생 시간이 야간인 데다 나쁜 기상여건으로 신속한 구조가 어려웠고 현지의 안전불감증까지 더해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헝가리의 한 기상서비스 웹사이트가 공개한 기상관측용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대형 크루즈선이 머르기트 다리의 교각 쪽으로 향하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 나온다.

이때 다리 아래에서 크루즈가 방향을 튼 직후 정박 직전이던 유람선을 들이받는 듯한 장면도 나오는데 이 작은 유람선이 한국인 33명 등 35명이 타고 있던 허블레아니로 추정된다. 이 크루즈선은 ‘바이킹 시긴’호로 길이 135m,폭 12m의 대형 선박이다. 허블레아니(길이 27m, 폭 4.8m)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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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 당시 영상. IDOKEP 캡처


구조된 한국인 관광객의 통역을 돕고 있는 한 현지 교민은 “구조된 사람 중 한 분은 ‘큰 유람선이 오는데 설마 우리를 (들이)받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유람선을 들이받아 전복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침몰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구명조끼 미착용으로 인해 피해가 컸을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광객들의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지 공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착용은 안 했다고 한다”며 “아마 그쪽 관행이 이런 것으로 알고 있으며, 사고 조사 과정에서 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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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이 침몰한 직후 구조 보트가 생존자 수색에 나선 모습. AP연합뉴스


승객들의 구명조끼 착용 여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여행 경험을 지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부다페스트 유람선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일례로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4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가족들과 함께 유람선을 탔던 당시 경험을 풀어놓았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때 탔던 배도 사고가 난 유람선과 비슷한 크기였는데, 구명조끼 없이 유람선을 탔었다”며 “헝가리의 법과 제도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의무적으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안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 밑바닥에 구비돼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이 타고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사고 당시 다른 배에 타고 있었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한국인 관광객도 같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안전불감증인지 승객들 구명조끼도 안 씌워줬다”고 확인했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침몰 사고를 목격한 부다페스트 시민들의 진술을 인용, “유람선 탑승자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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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 정박한 바이킹 크루즈. AP연합뉴스


한 수난구조 전문가는 “이번 사고 상황을 볼 때 큰 크루즈 선박이 작은 유람선 선박을 들이받자마자 곧바로 유람선이 뒤집어져 가라앉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부에 있던 관광객들은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것이고, 실종자의 상당수는 사고 선박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순식간에 벌어졌기 때문에 ‘에어포켓’이 있을 가능성이 낮고, 있다 하더라도 유속이나 수온 등을 감안하면 그리 오랜 시간을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바다보다 강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인명 구조가 훨씬 어려운 걸로 여겨진다”며 “유속이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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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와 부딪힌 대형 유람선 '바이킹 사이진'의 선체 아랫 부분에 30일(현지시간) 파손 흔적이 선명하다. AP연합뉴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업체들이 평상시와 다름없이 유람선 운항을 강행한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헝가리 현지에서는 허블레아니가 전복돼 급류에 휘말린 듯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는 목격담과 보도가 이어졌다. 사고 직후 여러 척의 유람선 등이 주변에 있었지만 구조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헝가리 당국은 이날 중 사고 선박을 인양할 계획이다. 헝가리 당국은 국회의사당과 가까운 세체니 다리에서는 한쪽 교통을 통제하고 소방, 경찰 인력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0일 새벽까지도 현지에서는 빗줄기가 그치지 않아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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