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관세 전면전시 세계 GDP 711조원 축소, 한국 타격"
WSJ "중국은 독재 자본주의로 마이웨이…미국도 알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미국과 중국의 고율관세 전쟁이 전체 수입품으로 확대되면 2021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6000억달러(약 711조원) 규모 가량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대만,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관세전쟁이 격화할 때 연쇄 타격을 입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국가로 평가됐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나리오별 무역전쟁 분석기사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대 수출품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세계 GDP가 입을 손실을 6000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관세장벽에 따른 교역 감소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침체, 소비와 투자 위축까지 반영해 악영향이 정점에 이를 시기에 글로벌 경제가 받을 타격을 추산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추가로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도 25%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지금 상태 그대로 2년이 지나면 중국과 미국의 GDP는 관세가 없을 때와 비교하면 각각 0.5%,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GDP 타격은 더 커진다. 양국이 양자 무역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할 때 중국은 0.8%, 미국은 0.5%, 세계는 0.5%의 GDP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주가가 10% 떨어지는 악재까지 덮치면 2021년 중반까지 중국은 0.9%, 미국은 0.7%, 세계는 0.6% GDP 손실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금융시장은 흔들리면서도 최근 1년간 상승세를 보였다"면서도 "애플과 같은 대기업 제품이 관세를 맞게 된다면 급격한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기본 시나리오 속에서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때 유탄을 맞을 주요국으로 꼽혔다. 노출 위험도를 고려할 때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는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순으로 나타났다. 타격을 받을 수 있는 품목은 컴퓨터와 전기·전자 제품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2015년 기준 전체 GDP 가운데 중국의 대미 GDP와 연관된 부문의 비율이 0.8%로 대만 1.6%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는 0.7%였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품이 줄어들 때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국가로는 캐나다, 멕시코, 아일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이 차례로 지목됐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이달 초 고위급 협상의 결렬과 함께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편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서구식 금융과 교역 체계에 맞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미국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내놓았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경제 타격도 커지고 있지만 중국은 서구 시스템이 와해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 생존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들은 중국이 1970년대 개방에 나선 이후 자국 경제를 시대에 맞게 갱신하면서 세계 경제 주류 시스템에서 온전한 일원이 되기를 원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런 믿음은 미·중 협상을 거치며 깨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 경제 규모가 커지고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자 서구사회가 주도하는 금융ㆍ교역 시스템 편입을 위해 자국의 룰이나 방식을 조정할 필요성을 더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리들은 서구 금융체계가 세계를 2008년 금융위기로 몰고 갔으며, 서구 민주주의는 쇠락해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면서 중국에 적합한 모델이 될 지 의심하고 있다. 중국은 오히려 남들이 따르면 좋고, 아니면 독자 생존이라도 가능한 '독재 자본주의'라는 대안을 자체적으로 찾아냈다고 WSJ는 지적했다.
진커위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중국은 현행 시스템에 딱 끼어 들어가기보다는자국을 새로운 시스템의 창시자나 조각가로 보고 있다"며 "서구식 금융 지혜, 자유민주주의 모델이 설득력 없고 와해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동남아와 아프리카 각국으로 확산하면서 자국 경제 영향권 안에 드는 국가를 늘리고자 야심 차게 시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ㆍ해상 실크로드) 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중국의 시각은 미국이 애초 장담했던 것과 달리 무역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WSJ는 "중국 경제는 초기 급성장기를 지나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 시스템은 중국에 일종의 '새 모델'로 자리잡았다"며 "이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 등 일시적 변화에만 관심을 둘 뿐,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무리를 짓는 듯 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지만,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