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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밀레니얼 라이프] 지지않는 여성들이 바꾸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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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출간된 신간이 있다.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질의 응답'으로, 원제와는 살짝 다르게 한국말로 중의적 맛을 살렸다. 공저자 니나 브로크만과 엘렌 스퇴켄 달은 의사이자 성 건강 교육 전문가로, 여성 성기에 대한 미신과 오해를 바로잡고자 블로그를 썼다고 한다. 이 블로그가 큰 인기를 얻자 책으로도 출간된 것이다(한국어판은 믿고 읽는 번역가, 김명남 님이 번역을 담당했다).

목차를 보면, 당연하게도 생리에 대한 내용이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여성의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생리를 꼽는데 이견이 있는 분(특히 여성이라면)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해피문데이'의 존재는 소중하다. 해피문데이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생리대를 정기 배송하는 스타트업이다. 재료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에 둔, 기본에 충실한 생리대를 직접 만든다. 단순 소비재 상품으로서의 생리대가 아니라, 여성의 일상 건강과 가장 밀접한 상품이자 여성 헬스케어의 시작으로서 생리대에 접근하는 것이 핵심이다.

평균 연령 29세로 구성된 팀, 해피문데이가 집중하는 지표는 '해피문데이를 통해 보다 건강해진 사람의 숫자'다. 이에 대해 창업자 김도진 대표(본인 또한 20대 여성이다)는 인상적인 경험을 들려주었다. 해피문데이를 창업한 해인 2017년 마지막 날, 가수 이적의 연말 콘서트를 갔는데 '공연에 와 주신 6000명의 관객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듣고 굉장히 짜릿했다고. 그래서 해피문데이를 좋아해주는 고객 6000명이 생기면 좋겠다는 소망을 그날 밤 품게 되었다고. 이제 해피문데이는 정기 배송 고객이 1만명이 넘는 비즈니스로 쑥쑥 성장 중이다. '월경언니 해피문데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여성 건강 콘텐츠도 부지런히 공유하고 있다.

창업자의 비전이 뚜렷한 만큼, 그리고 정기 배송이라는 사업모델이 가지는 특성에 맞게끔 고객과의 관계도 특별하다. 피부 발진과 생리통으로 힘들어하던 고객들이 해피문데이 생리대를 통해 달라진 월경일 경험에 대한 후기를 들려줄 때 얼떨떨하고 기쁘다고 한다. 월경일 컨디션을 개선함으로써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생리 주기에 맞추어 안전한 생리대를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게끔 하는 것, 즉 고객의 의지를 독려하고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이 해피문데이가 제공하는 고객 가치의 핵심이다.

한편 21세부터 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해온 김 대표가 어려운 과제로 꼽은 것은, 해피문데이가 반대로 실물 제품을 다루는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창고 건물에서 화재가 났던 사건. 공장에 보관 중인 재고가 있어 다행히 고객에게 여파가 가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 제품을 보관하는 창고에는 화재보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무 체크리스트에 반영됐고, 앞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 창고 운영도 이원화할 계획이라 한다.

김 대표가 꿈꾸는 해피문데이의 미래는 초경을 시작한 후, 그리고 막막할 때마다 고객의 곁을 지켜주는 오래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피문데이는 '걱정 없는 1년 캠페인'이라는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생리대 지원이 필요한 10대 170명에게 1년 동안 생리대 배송을 하는 것이다. 적어도 1년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여성의 건강에 관해서는 아직 연구되지 않은 영역이 많다. 여성의 인권, 여성의 교육, 여성의 경제력 등 변화를 일구어나가야 할 부분도 많다. 김 대표는 '원래 그렇다'란 말은 '나도 잘 모른다' 혹은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다'를 다르게 표현할 뿐이라며, '원래 그런 것'들에 지지 말자고 했다. 건강한, 지지 않는 여성들이 바꾸는 세계가 오고 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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