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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잇단 외교결례 ‘거친 입’ 일본 고노 외무상에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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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직접 언급했다고 일본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총리의 위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응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노 외무상은 지난 21일 일본 국내에서의 기자회견에서도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장관급 인사가 격에 맞지 않게 국가 원수인 문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외교적 결례다. 지난 21일 발언을 놓고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같은 주장을 한 것은 ‘의도적 도발’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수장은 언행에서 품격을 잃지 않아야 하는 게 외교의 기본자세이다. 그렇다면 고노 외무상의 발언은 선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강제노동 배상 판결을 내리자 ‘폭거’라는 표현을 써가며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압박했다. 지난 2월에는 ‘일왕 사죄’를 요구한 문희상 국회의장을 가리켜 “한·일 의원연맹 의장까지 한 인간이…”라고 해 물의를 빚었다.

한·일 간에는 여러 현안들이 난마처럼 꼬여 매듭찾기조차 쉽지 않다. 특히 강제동원 판결 이후 한·일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외교수장이 품격 잃은 언행을 서슴지 않는 것은 사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고노 외무상은 언동을 삼갈 것을 경고한다.

일본은 지난 20일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양국 간 분쟁을 중재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한국에 요청하는 등 국제분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태도는 유감스럽지만, 강제징용 문제를 넘어서지 않으면 한·일관계의 복원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보다 경각심을 갖고 창의적 해법 마련에 집중력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국내 최고 일본 전문가로 꼽히는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을 외교부 1차관으로 기용한 것은 시의적절한 인사로 보인다. 조 차관이 경색된 한·일관계를 푸는 데 역량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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