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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숙명여고 문제유출' 중형 이유는…"1년만에 암산 만으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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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안채원 기자] [the L] 법원 "고난이도 문제 중간 풀이도 없이 맞춰"…딸들도 유죄 가능성 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2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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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부터 1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학교 시험 문제를 빼내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준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에게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정황 증거가 충분해 혐의가 넉넉히 인정된다고 봤다. 가정법원에서 소년부 재판을 받고 있는 딸들 역시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기만 하면 죄가 성립한다. 또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 입장이다.

23일 재판부는 이같은 법리를 들어 "공정성에 대한 위험성이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교무부장으로서 시험 문제 출제서류의 결재권자이고, 시험지를 보관하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점과, 시험을 앞둔 시점에 주말 출근을 하거나 초과근무 기재를 하지 않은 채 일과 후에도 남아 있었던 점을 유죄 판단 근거로 들어 A씨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시험 전 과목의 답을 유출해 쌍둥이 딸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게 된 핵심적인 정황증거는 딸들의 성적이었다.

법원은 '의심스러운 성적 향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 쌍둥이 딸들의 정기고사 성적은 똑같은 시기에 급격히 상승했다"며 "2017년 121등에서 2018년 2학년 1학기 중간 기말 종합은 전체 1등, 다른 딸은 2017년 59등이었는데 2018학년도 2학년 1학기는 1등을 하는 등 쌍둥이 딸 모두 인문 자연계 각각 1등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수학 과목을 보면 선택형 8번의 '문제 정정 전 정답'을 기재해 틀린 것 외에 전부 맞았는데, B등급을 맞은 중학교 2학년 성적을 제외하고 3학년까지 70점대 안팎의 연장선상에 있다가 돌연 최상위권으로 상승했다"며 "딸의 수학성적이 진정하게 실력에 의한 것인지 의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딸들의 선택형 문제 정답률과 서술형 정답률이 지나치게 차이나는 것도 정황증거가 됐다. 법원은 "서술형 답안의 경우 딸의 암기가 완벽하지 않았던 사정 등에 의하여 석차상으로 최상위권으로 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풀이과정 없이 맞추기 어려운 문제를 중간 과정 전혀 없이 맞춘 점도 들었다. 재판부는 특히 "1년 전에는 풀이 과정을 쓰며 풀어도 만점을 받지 못하던 평범한 학생이 1년 만에 암산만으로 만점을 받는 천재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같은 사정을 들어 "A씨가 금고 비번 이용해 꺼내보고 기재된 답안 읽어보는 방안 등으로 실제 서류 확인하고 그곳에서 유출시킨 다음 쌍둥이 딸에게 유출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외에 합리적 의심할 만한 어떠한 근거나 정황도 찾아볼 수 없다"며 A씨와 딸들의 공모 사실을 인정했다.

이렇게 A씨의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현재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A씨의 딸들이 유죄를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다른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딸들의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관련 형사사건 확정판결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엔 A씨의 판결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딸들에게도 유죄가 선고된다 해도 실형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은 딸들의 책임보다 '주범' A씨의 책임이 중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인성 (변호사) , 안채원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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