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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검찰 “1만3000건” vs 경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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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지휘권·종결권 이양 놓고 치열한 공방

경향신문

문무일 검찰총장 | 민갑룡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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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회가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것이다. 검찰은 조정안이 통과되면 ‘이제껏 검찰이 적발해 결과가 뒤바뀐 연평균 1만3000건의 경찰 부실수사를 막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이 기소로 바뀌는 0.21% 비율의 사건 때문에 수사권 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상정된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찰이 혐의를 확인한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고 자체 수사종결할 수 있다. 불송치한 사건의 경우 사건기록을 검찰에 보내 60일간 검토하게 했지만, 검찰이 사건에 개입할 여지는 지금보다 줄어든다.

검 “국회 조정안 통과하면 경찰의 부실 수사 못 막아”

경 “검, 일부 사례를 거론하며 기득권 유지하자는 것”

법조계 “부실 수사 통제법 정교히 수정할 필요 있어”


기존 수사권을 지키려는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이 검찰에 와서 뒤집힌 사례를 전면에 내세운다. 2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의 불기소 의견이 검찰로 와 기소 의견으로 바뀐 것은 2014~2016년 3개년 평균 4132건이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서 검찰이 추가로 범인이나 범죄를 적발한 경우는 9649건이다.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되면 한 해 1만3781건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지 못한다고 검찰은 말한다.

1만3781건 중 검찰의 의미 있는 수사지휘 사례가 존재한다. 2015년 대전지검 논산지청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휘해 인터넷에서 아동 6명을 매매한 부부를 기소했다. 경찰이 ‘아이를 잠시 맡아 돌보았을 뿐’이란 피의자 변소를 받아들여 ‘혐의없음’으로 송치한 사건을 두고 보완수사를 지휘해 인신매매 주범을 잡은 것이다. 2014년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송치한 정신지체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지휘해 가해자들을 구속 기소했다. 경찰은 ‘피해자 반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봤지만 검사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을 새로 잡아내 구속했다.

경찰은 불기소 의견이 기소로 바뀐 경우는 전체 송치 사건(161만여건, 경찰 통계) 중 ‘0.2%’(4132건)라고 반박한다. 경찰은 검찰이 제시한 1만3781건 전부가 경찰 ‘과오’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뒤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참고인이 새로운 진술을 내놓고, 추가 증거물이 발견되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건의 90% 이상이 경찰 의견대로 기소·불기소가 결정되는데 이제 와서 일부 달라진 사례를 거론하는 것은 검찰이 자신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뺏기지 않으려고 내세우는 명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종결권을 남용한 사례도 존재한다. 현재 재수사가 진행 중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보여준 대표 사례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더라도 부실수사를 잡아낼 수 있는 통제 방법을 더 정교하게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현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이 불기소로 종결할 때 불송치 결정문과 수사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사건을 들여다볼 시간은 60일로 제한했다.

검찰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검찰의 보완수사를 강제할 수 없고, 보완수사 범위가 불명확해 검경 간 다툼의 여지도 있다. 경찰이 불송치할 때 고소·고발인 등 사건 관계자들이 이의제기를 하게 만들었으나 이들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의신청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물이나 마약, 환경 관련 범죄에선 사건 관계인들의 이의신청이 나오기 힘들다.

강신업 변호사는 “고소·고발 사건은 이의제기라도 가능하지만 경찰이 인지해 수사한 사건은 문제 삼을 사람이 없다”며 “최악의 경우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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