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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로컬 프리즘] 따오기, 남북 평화의 상징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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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황선윤 부산총국장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지금의 나이든 세대가 어릴 적 자주 부른 동요 ‘따오기’의 일부다. 향토적 서정과 애상적 가락이 심금을 울렸던 노래다. 1925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조선인의 애환을 노래했다고 해서 일제가 부르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광복 후 다시 불렸지만, 실제 따오기를 보는 건 쉽지 않았다. 농약 등으로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 때문이다. 결국 따오기는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한반도에서 사라졌다.

이 따오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22일 오후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증식된 40마리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복원센터는 한·중 정상회담 뒤 화합의 상징으로 2008년과 2013년 두 마리씩 중국에서 들여와 그동안 363마리로 늘려 그중 일부를 방사했다.

멸종위기 동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따오기는 ‘복원 성공’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복원·증식 사업을 벌인 중국·일본의 도움 없이는 국내 복원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오기가 한·중·일 화합 외교의 산물인 셈이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인공부화 기술 등을 배우기 위해 모셔온 중국 기술자는 쉽게 기술을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2014~2017년 국내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 증식 따오기에 피해가 생길까 봐 센터 직원들은 밤샘 근무를 하는 등 노심초사하던 때도 있었다.

복원센터는 매년 따오기를 방사할 계획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방사 따오기의 1년 생존율은 50% 정도다. 우리 기술이 낮아 생존율을 30%로 잡더라도 해마다 수십 마리씩 방사하면 앞으로 따오기를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따오기 보호에 힘써야 한다. 우포늪 같은 서식지에서 덫·농약에 희생되지 않게 하고, 생태계를 살려 오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한반도 전역을 훨훨 날 수 있게 북한에 증식기술을 전파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따오기를 한반도 평화의 상징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황선윤 부산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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