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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김낙년의 이코노믹스] 최저임금 1% 올릴 때마다 일자리 1만개씩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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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감소 통계적 실증으로 확인돼

정책 의도 되레 역행한 고용과 분배

최저임금 OECD 최고 수준 되면서

한국경제 감당 어렵고 부작용 더 커

최저임금이 고용과 소득분배에 미친 영향
중앙일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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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정책이다. 과연 의도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통계적 실증을 통해 짚어보자.

먼저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이 전체 근로자의 임금 순위에서 중앙에 위치한 근로자의 임금인 ‘중위임금’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봤다. 한국은 2000년 30%에도 못 미쳤지만, 빠르게 상승해 현재 그 두 배에 이른다. 특히 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16.4%에 이어 2019년 10.9% 급등한 결과 최저임금이 8350원까지 오르면서 올해는 OECD에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폭풍 인상이 경제에 어떤 충격을 주었을까. 첫째, 중하위 근로자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간당 임금의 순위에서 하위 10%와 25%에 해당하는 근로자의 임금이 중위임금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보면 된다. 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하위 10%에 위치하는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중위임금의 47%에서 58%로, 하위 25%는 중위임금의 65%에서 76%로 각각 높아지면서 중위임금과의 격차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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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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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임금의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저임금근로자로 정의한다. 이들의 비중은 그동안 26%에서 19%로 줄었다. 특히 최근의 큰 하락 폭이 주목된다. 현 정부는 이런 사실을 들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통계는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근로자에 한정됐다. 일자리가 사라져 도태된 근로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저임금 시행으로 임금이 오르면, 고용주는 고용이나 근로시간의 감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랬다면 어느 정도일까.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2008~2018년)를 분석해봤더니 최저임금 인상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고용을 감소시켰다. 최저임금 1% 인상은 고용을 0.05% 줄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근로자 수가 2000만명이므로 최저임금 1% 인상은 1만 명의 고용을 감소시킨 꼴이다. 2018년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였으므로 16만명이 사라진 셈이다. 매년 30만명 정도 증가해 왔던 취업자 수가 작년에는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 이유다. 올해는 또다시 10만명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정은 2008~2012년과 2013~ 2018년으로 기간을 나누어봤을 때 가능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가 앞 시기에는 미약한 반면에 최근에는 고용과 근로시간을 아예 감소시키는 효과가 뚜렷했다. 더구나 저임금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청년 또는 노년층이나 임시·일용 근로자로 한정해 보면, 최저임금이 이들의 시간당 임금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오히려 낮았다.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소득분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오롯이 본 근로자가 있는가 하면 시간당 임금 상승이 근로시간 감소로 상쇄된 경우도 있고, 아예 일자리가 사라져 도태된 경우도 있다. 고용을 유지한 근로자로 한정하면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나오지만,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구를 소득순으로 5개 분위로 나누고, 근로소득(명목)의 증감률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2015년까지는 근로소득 증가율은 분위별로 차이가 크지 않았고, 2000년대 말에는 하위 분위의 증가율이 더 높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완전히 역전돼 상위 분위의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하위 분위로 갈수록 근로소득의 감소 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경기가 나빠 임금이 하락한 것이라면 분위별로 이러한 차이가 나올 수 없다. 고용 감소의 충격이 하위 분위에 집중되었음을 뜻한다. 사업소득의 변화도 근로소득과 양상이 다르지 않았다. 즉 최근 3년간 1, 2분위의 사업소득이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하였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하락하거나 일부가 도태된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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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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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은 의도와는 거꾸로 일자리를 대폭 줄였고, 소득분배를 되레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노무현 정부 때에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했지만, 당시 최저임금 수준이 워낙 낮아 그 충격은 크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OECD 국가의 평균수준을 유지하던 2008~2012년에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근로자 내부의 임금 격차가 줄었고, 고용 감소도 크지 않아 하위 분위의 소득도 증가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OECD 국가의 최고수준으로까지 치솟으면서 부작용이 더 커졌다. 특히 현 정부에 들어와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한 두 차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급속히 위축시키는 방아쇠를 당긴 꼴이 되었다.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개방경제다. 자영업 비중이 높고 급여가 연공 체계로 돼 있다. 이들은 모두 최저임금의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커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소 또는 영세 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낮은 것은 노동생산성이 낮기 때문인데, 최저임금을 강제한다고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최저임금에 미달한 경우가 전체 근로자의 13%를 넘고, 적용 대상자의 과반수가 이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방치한 채로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에만 골몰해 왔던 셈이다. 만약 최저임금을 제대로 시행해 불법을 단속했다면 생산성이 낮은 많은 기업은 도태되고 이로 인한 고용의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 사실만으로도 현재의 최저임금은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 어떻게 추정했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이외의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만약 A 지역은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인접한 B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할 경우, B와 비교해 A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최저임금 정책이 주마다 다른 미국에서 이용되는 방법이다. 전국 단일의 최저임금을 시행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

그 대신 최저임금의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자 그룹(C)을 그보다 임금이 약간 더 높아 최저임금의 대상이 아닌 그룹(D)과 비교해 그 효과를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을 줄이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지만 경력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우리나라의 급여체계를 고려하면 C그룹의 임금 인상은 차상위인 D그룹의 임금 인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방법은 신뢰하기 어렵다.

둘째는, 전국에 걸쳐 단일한 최저임금도 지역에 따라 임금 분포에 차이가 있는 점에 주목했다. 지역 간 차이를 이용하면 최저임금의 영향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고용이 더 많이 감소하는지 검증할 수 있다. 이때 예컨대 농촌보다는 도시의 임금이 더 높다든지, 경기의 좋고 나쁨과 같이 최저임금과 무관한 요인 때문에 발생한 지역 간 차이를 배제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 방법을 둘러싸고 미국에서는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 효과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보인다.

이번 분석(‘한국의 최저임금과 고용, 2008~ 2018년’)은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를 이용했는데, 미국에서 논란이 되는 어느 쪽 방법을 따르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뚜렷했다. 최저임금이 근로시간이나 시간당 임금에 미치는 효과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추정했다. 이 분석은 경제사학회 춘계학술대회(5월 25일)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관련 자료는 낙성대 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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