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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배상 중재위 열자” 일,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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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 협의 불응’ 압박

양국 국교 수립 후 첫 요구

다음 단계 조치 명분 쌓기

일본 정부가 20일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중재위원회 개최를 한국에 공식 요청했다. 정부 간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 한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일련의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태의 시정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현재 구체적인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 없다”면서 한국 정부에 중재위 회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중재위 개최 요청은 예견된 수순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분쟁 해결 절차로 정부 간 협의에 이어 중재위 개최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9일 정부 간 협의를 한국에 요청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명확한 답을 주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지난 1일 일본제철과 후지코시(不二越)로부터 압류한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 신청을 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협의로는 사안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한국 정부가 중재위 개최에 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한 중재위 설치 요청은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처음이다. 중재위는 한·일 정부가 각각 임명하는 위원과 양측이 합의한 제3국 위원 등 3명으로 구성된다. 중재 요청 접수 뒤 30일 이내에 양국이 위원을 선임하고, 이후 다시 30일 이내에 제3국 위원을 지명하도록 돼 있다. 한국 정부가 중재위 개최에 동의하지 않으면 중재위 구성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외교부는 이날 “제반 요소를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중재위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현실적으로 일본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본도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중재위 개최 요청은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이해된다.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불매운동, 주한 일본대사 소환을 포함한 외교적 조치 등으로 대응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기 위한 ‘명분 쌓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국내외 여론몰이용으로도 풀이된다. 강제징용 문제에 더해 후쿠시마(福島) 주변에서 잡힌 수산물 수입금지를 둘러싼 세계무역기구(WTO) 패소 등에 대한 불만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국제법을 위반한 한국이 시정조치를 하지 않는다’라는 일방 주장을 더욱 강화하려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남 대사는 이날 외무성에 불려가기 전 나루히토(德仁)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 오는 22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가 이런 상황들을 감안해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 | 김진우 특파원·유신모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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