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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무비클릭]악인전“진짜 나쁜 놈 잡자” 비리경찰·조폭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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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범죄, 액션/ 이원태 감독/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5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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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뭉친다.

영화 ‘악인전’ 줄거리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할 듯싶다.

‘차악이 악을 처단하는 이야기’는 어느덧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여성을 상품화해서 먹고사는 전직 경찰이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잡는 이야기인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나 비리 경찰이 더 큰 사회적 악을 처단하는 이정범 감독의 ‘악질경찰’이 그 대표적인 예다.

법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밀자면 ‘악’을 잡겠다고 나선 ‘차악’도 결코 모범시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은 아무런 명분 없이 내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두고 ‘성격이 나쁘더라도 사상이 나빠서는 안 된다’는 다소 어려운 개념으로 설명했다. 하는 행동이 나쁘더라도 사람 자체의 바탕이 나빠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듯싶다. 이 사소한 차이를 기준으로 영화는 주인공과 악역을 가른다.

영화 ‘악인전’과 다른 비슷한 장르 영화의 차이라고 한다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덜 나쁜 놈’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점이다.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은 불법 게임기를 설치해 확률 조작으로 돈을 버는 조직들로부터 상납금을 뜯는다. 그러나 그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연쇄살인을 감지하고 그 뒤를 쫓는 열혈형사기도 하다.

조폭 장동수(마동석 분)는 조폭이라는 점에서 ‘알기 쉬운 나쁜 놈’이다. 동업자 친구를 점잖게 달래기도 하고 폭력이 아니라 말로 사업 지분을 나누는 등 언뜻 신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누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 결코 참지 않는다. 누군가 자기 식구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면 그는 그 상대의 앞니를 맨손으로 뽑아버린다. 조폭이다 보니 살인 교사나 시체 유기도 불사한다. 분명 착한 사람은 아닌 셈이다.

‘나쁜 경찰’과 ‘나쁜 조폭’이 공동 전선을 펼치게 만드는 진짜 나쁜 놈은 바로 연쇄살인마다. 그는 사이코패스인데 살인의 동기나 계기, 인과관계가 전무하다. 그냥 죽인다. 심지어 즐겁게 죽인다. 죄책감도 없고 제법 머리도 비상해서 법망을 피하고 수사를 교란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조폭과 경찰, 이 두 나쁜 남자들은 악마 같은 살인마를 쫓기 위해 잠시 협업한다.

‘악인전’ 이원태 감독의 마동석 활용법은 딱 관객이 생각한 수준만큼이다. 이전보다 몸집을 훨씬 더 키운 마동석은, 폭력적이지만 밉지 않은 캐릭터로 분해 스스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한다. 오히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김무열이다. 돈키호테처럼 열정 넘치는 강력계 형사의 면모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다소 뻔한 역할이지만 그것을 김무열이 조금 다르고 섹시하게 연출한다. 지금껏 늘 욕망과 질투, 상대적 열등감에 시달리는 서자 캐릭터 등을 연기했던 그는 자신의 전형적 이미지를 ‘악인전’을 통해 경신해낸다.

‘악인전’은 칸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물론 반길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칸에서 ‘악인전’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국 상업 영화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좌표일 듯싶다. 2019년 한국에서 흥행에 유리한 요소들이 잔뜩 결합돼 있는 액션 영화다. 비범하지는 않지만 한국형 액션·범죄 영화의 표본이라 봐도 무방하다.

매경이코노미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9호 (2019.05.22~2019.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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